안중덕 목사(샘터교회, 샘터교육문화원)
기다림의 계절, 대림절기를 지나 성탄절을 맞게 되었습니다. 크고 많은 아픔을 겪어서인지 올 성탄절은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사회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씻을 수 없는 아픔과 상처로 얼룩졌습니다. 간신히 서로를 보듬으면서 견디어 왔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위로와 격려, 그리고 치유와 회복이 필요한 때였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모습은 아직도 갈등과 다툼으로 남루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의미 있는 성탄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대림절(강림절)은 교회력을 새로 시작하는 절기입니다. 교회력은 삼위일체 하나님과 동행하는 1년(대림절,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성령강림절)을 의미합니다. 그 첫 번째 절기인 대림절은 라틴어 아드벤투스(Adventus)를 번역한 말인데, 마치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곧 도착할 손님을 기다린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기다림의 절기인 대림절은 그리움과 목마름으로 가득합니다. 그래서 대림절을 ‘겨울철의 사순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사순절(Lent)이 부활절에 앞서 긴 시간을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억하며 자기부정을 통해 부활의 기쁨을 예비하는 기간이듯, 성탄일보다 먼저 찾아오는 대림절은 낮은 곳으로 오시는 그리스도를 맞을 준비를 하며 자신을 비우고 다시 오실 주님을 고대하며 설레임으로 성탄을 기다리는 절기입니다. 사순절기를 진실하게 지내면 부활의 감격이 크듯, 대림절기를 경건하게 지내면 성탄의 기쁨 역시 클 것은 자명합니다.
우리나라의 성탄절은 성탄전야와 당일만 떠들썩하였지, 성탄에 대한 기다림의 과정은 없었습니다. 탄생이 있기까지 기다림이 없고, 축하 이전의 산고가 없으며, 기쁨 이전의 기대감이 생략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성탄을 상품화하는 데 휩쓸렸고 교회의 거룩한 성탄문화를 버리고 세상의 현란한 문화와 축제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낮은 곳으로 임하시는 예수님을 고요히 기다리며, 옷깃을 여미듯 대림절 영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성탄절의 의미를 새겨볼 수 있는 본연의 기독교 문화의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샘터교회는 창립이래로 대림절이 되면 4주간 연속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전문음악인과 아마추어 음악인들이 어우러져 다양한 연주와 대림절 묵상으로 꾸며지는 뜻깊은 음악회입니다. 올해 열네 번째 맞는 대림절 음악회는 ‘찾아가서 함께 나누는 성탄이야기’라는 주제를 정하고 이웃교회와 병원 등에서 기다림의 영성과 성탄의 은혜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선지자 이사야의 입을 빌어 이렇게 선포하셨습니다. “주 야훼의 영을 내려주시며 야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주시고 나를 보내시며 이르셨다. 억눌린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여라. 찢긴 마음을 싸매 주고, 포로들에게 해방을 알려라. 옥에 갇힌 자들에게 자유를 선포하여라. 슬퍼하는 모든 사람을 위로하여라. 시온에서 슬퍼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어라. 재를 뒤집어썼던 사람에게 빛나는 관을 씌워주어라. 상복을 입었던 몸에 기쁨의 기름을 발라주어라. 침울한 마음에서 찬양이 울려 퍼지게 하여라. 그들을 이름하여 ‘정의의 느티나무 숲‘이라 하여라.(공동번역 이사야 61:1-3)”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세상에 희망을 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죄의 절망에서 구원하여 생명을 주고 희망을 주시기 위해 사람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말씀 되어 오신 성탄절이 가진 자들의 상업적 축제가 아니라 교회가 연합하여 소외된 이웃들을 보듬고 함께 나누는 고요하고 거룩한 성탄절의 영성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세상에 그늘 진 곳에, 어둠이 드리워진 곳에, 지쳐 쓰러져가는 소외된 이웃들을 향해 우리의 발걸음을 옮겨야 합니다. 한 손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과 희망의 등불을, 그리고 다른 한 손은 이웃의 손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성탄의 빛은 아름답게 빛날 것이고, 세상은 생명과 평화와 희망의 빛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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