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학교)
대한민국 부모로 살아가기 참 힘든 세상이다. 2014년, 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세월호참사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고, 군대에서 들려오는 반인륜적인 사건들은 자녀를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마음을 점점 무겁게 만들고 있다. 필자의 큰아이도 군복무 중이고, 이제 곧 둘째가 전방으로 입대하며, 막내는 고등학생이다. 필자와 비슷한 처지의 부모들은 힘겨운 2014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인기 있는 인터스텔라라는 영화의 대사처럼, “부모는 자녀에게 추억으로 남으면 그만일 뿐“이라지만, 부모에게 자녀는 애틋하고 가슴시린 사랑 그자체이다.
한국전쟁의 마지막 피난처인 부산에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뜻 깊은 장소가 있다. 바로 부산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유엔기념공원이다.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역인 이곳에는 전 세계로부터 한국전쟁에 참전한 ‘어린 군인‘ 2300명이 잠들어 있다.
나라별로 안장되어 있는 이들 참전 군인들의 묘역에 기록된 이들의 나이를 보면 마음이 애틋하다. 19세도 있고, 20대 초반의 군인들이 대다수이다. 누군가의 사랑받는 아들들이 머나먼 이국땅에 묻혀있는 것이다. 필자의 마음이 애틋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들의 나이가 군복무 중인 그리고 입대를 앞둔 내 아이들 또래이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 참전한 이들 ‘어린‘ 자녀들의 부모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유엔기념공원을 찾을 때 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물론 한국전쟁 참전 유엔군 중 전사자는 4만여 명에 이른다.
유엔기념공원을 통해 시작된 고민으로 인해, 한두 해 전 미국과 캐나다 교회가 한국전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과연 이들 교회는 자녀들을 머나 먼 아시아 한국의 전쟁터에 보낸 부모들을 어떻게 위로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사료관에서 찾은 공식문서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미국과 캐나다 교회의 공식 문건들 중에서, ‘어린‘ 참전 군인들과 가족들을 향한 위로의 메시지를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개전 초기에는 반공산주의전쟁의 당위성, 그리고 종전을 전후해서는 구호활동에 대한 입장들이 주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한 사실은 ‘사람‘과 ‘사랑‘이 ‘사상‘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산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에 묻혀 있는 ‘어린‘ 군인들이 꿈꿨던 것은 ‘이념’이 아니라, 오직 그들의 가족과 고향이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그들의 고향 가족 곁이 아니라, 이곳 부산 우리 곁에 잠들어 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우리 곁에 누워있는 이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들 많은 전사자들이 기독교 청년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자신들 조국의 교회사에서 그리고 한국의 교회사에서도 잊혀진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잠들어 있는 이들을 한국교회사의 사각지대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전사해 이곳 부산에 잠든 ‘어린‘ 기독 청년/군인들을 우리 교회사의 한 장에 기록해야 하는 당위성을 느낀다.
한국전쟁은 부산지역 기독교 성장의 전환점이 되었다. 전쟁의 절박한 상황으로 인해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마지막 피난처 부산을 찾았다. 자의적인 복음전도가 아니라, 전쟁이라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부산에는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사랑하는 고향과 가족을 떠나 한국전쟁에 참전한 ‘어린‘ 유엔군들도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자식들이 애틋하듯, 그들도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아들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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