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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배 교수(백석대 석좌교수)
•16 세기 부산을 다녀간 한 포르트갈 신부
몹시 추웠던 1594년 12월의 일이었다. 임진왜란의 격동이 한참일 때 일본 침략군을 따라 포르트갈 신부 그레고리오 세스페데스 라는 젊은 신부가 부산에 도착한다. 그리고는 곧 고시니라는 일본군 장군이 주둔하고 있는 곰내로 간다. 곰내는 후에 주기철이 태어난 고장이다. 주기철이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역사의 한 묵시이다.
고니시 장군은 일본군의 한 군단을 지휘하고 있었던 인물이지만 가톨릭교인이었다. 후대의 학자 불란서의 달레라는 사람은 기독교인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진 고니시 군단의 군인들은 거의 전부가 한국에서 죽고 돌아가지 못했다는 기록을 남긴다.
본래 일본 통치자 도요도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킨 목적 중의 하나가 일본군 안에 있는 막대한 수의 기독교인들을 외국에서 없이하려는 것이었다는 주장이 있다. 저명한 가톨릭 백과사전에 글을 쓴 캠벨이라는 예수회 학자의 주장이다.
한데 그 세스페데스 신부가 교황청에 보낸 편지가 지금 하나 남아 있다. 거기에는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전란에 시달렸다든가 기아에 허덕였다든가 하는 글귀가 하나도 없다. 다만 일본군 기독자들에게 미사를 집례하고 고해성사를 행한 것들이 기록되고 있을 따름이다. 일본 군인들, 무어라고 고해했을까.
•한국인들에 전도하지 아니한 것이 천만 다행
한데 그는 한국사람들에게 전도할 생각을 하였을까. 하지도 않았거니와 했어도 큰 일 날 뻔하였다. 기록에 보아도 그렇지만 일본 군단의 천주교인들은 십자가 깃발을 등에 꽂고 싸웠다고 한다. 사실 임진왜란을 담은 역사극들에 보면 일본 고니시 군단의 군인들은 다 그렇게 십자기를 꽂고 있다.
한국 역사에서 한일관계가 그렇게 지금처럼 험악해진 까닭은 임진왜란의 처참한 수난 때문이다. 일본 군인들의 야만적인 살상 약탈 파괴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군단과 함께 온 사람이 전도를 하였다면 우리는 영원히 기독교에 인도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조선시대에 불교가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서울 경내에 절간 하나 짓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 조선조의 배불정책도 물론 그 이유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임진왜란 때에 일본 군 안에 있는 불교도들의 악덕 농간 때문이었다.
•그래도 세스페데스가 한 큰 일
하지만 역시 서양선교사로서 세스페데스는 커다란 업적을 남긴다. 왜란 도중에 일본에 잡혀간 수없는 한국인 포로들이 포르트갈 상인들에게 넘겨지고 그들이 노예로 남양에 팔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본 세스페데스는 교황청에 알리어 이런 악질 노예상인들에게 파문을 선고하는 조치를 취하였던 것이다. 그리고는 일본 안 수용소에 갇힌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생명의 복음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 기독교의 역사는 이렇게 꼬리를 물어 부산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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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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