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섭 목사(부산NCC 회장)
원래 부산은 전쟁이 만든 도시다. 부산의 원형인 동래의 지위는 왜구의 침략에 의해 높아졌다가 침략이 없으면 낮아졌다. 십자가 깃발을 든 고니시 유기나가의 부산포 진성 침략은 황령산에서 시작해서 간선 지선을 따라 목멱산(남산)에 5개의 봉화로 타올랐다. 그것이 임진왜란이다. 현재의 부산 구조는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 졌다. 용두산 일대의 일본인 거류지(초량왜관의 후기)가 현재의 동광동, 광복동, 남포동과 국제시장을 이루고 국제선터미널 등의 북항 일대가 간척되고 부산역, 부산세관은 수탈 통로로 만들어졌다. 부산항이 매축되고 자갈치가 매립되었다. 중앙로가 만들어지고 경부선이 놓여 일본에서는 조선과 중국 식민지여행이 전단에 홍보되었다. 해방 후에는 이 좁은 땅에 전 세계가 모여 전쟁을 벌였다. 이때 부산의 규모가 형성됐다. 낙동강 전선이 형성되고 피난민만 아니라 정부가 피난민이 되니 부산이 임시수도였다.
전쟁은 가장 격렬한 위험 사회의 상징이다. 성서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예언자들의 메시지는 위험사회에 대한 경고였다. 이사야는 앗수르의 위협 앞에서 구차하게 강대국에 기대지 말고 하나님만 의지하라는 것이다. 그 핵심이 남은 자들인데 소수자만 정의와 신앙으로 최후의 승리를 꿈꾼다. 위험사회를 극복하는 주체적인 노력을 강조한다. 오늘의 부산에 전쟁은 없지만 전쟁 못지않은 위험 사회다. 이유는 핵발전소가 집단으로 몰려 있기 때문이다.
원전에 대피가 필요한 절대 위험한 사고가 6, 7등급이다. 체르노빌(1986, 7등급 20만 피폭 25000이상 사망, 벨라루시 전국토1/4이 출입금지지역, 소련붕괴원인이 됨, 회복에 900년 걸림), 키시팀(1957, 6등급), 스리마일(미국, 1979, 5등급, 원전중단 선언, 70개 원전건설 백지화), 윈드스케일(영국,1957, 5등급), 미하마(2004, 일본, 1등급), 후쿠시마(일본, 2011, 7등급)
드리마일 이후 미국은 35년간 단하나의 원전도 건설하지 않았고, 체르노빌 이후 독일은 원전제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열린 제18차 YMCA 세계대회 및 총회(World Council)에서 수명 다한 한국 핵발전소 폐쇄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고, 고리, 월성 핵발전소 가동 중단을 촉구했다. 부산은 50km 반경 안에 핵폭탄을 끌어안고 살고 있으면서도 무덤덤하게 살아가고 있다. 만약의 경우 사고발생시 400만명의 사람들이 일시에 위험에 빠지게 된다. 지난 1978년 상업운전을 시도한 국내 최고령 원전은 고리원전이다. 30년 수명이 다한 것을 무리하게 수명 연장해 가동하고 있다. 세계평균 원전 가동연수는 23년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에서 내부 직원의 고백에 의하면 방사능 유출도 쉬쉬하고 있고 중요한 설비들이 터져도 알려지지 않은 것이 너무 많다고 고백한다. 사고와 고장이 130번 이상 발생했고 심지어 후쿠시마사태의 원인이 된 블랙아웃까지 일어났던 끔찍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예언자들은 이런 위험 사회 앞에서 과감하게 돌아설 것을 외쳤다. 상업적인 이유 때문에 원전문제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나쁜 그리스도인이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지어진 핵발전소 근처의 약한 집단들만 상처받고 죽어가도록 집중돼 있다. 특히 현 세대가 다음 세대의 고통을 담보로 원전의 편익을 즐기고 있다. 핵발전소의 수명은 짧지만 핵폐기물 처리에는 10만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에 큰 죄를 짓고 있다.
이제는 생명과 관련된 이 문제에 교회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부나 전문가가 위험의 규정과 관리를 독점하지 않도록 깨어있는 교회가 적극 참여하여 생명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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