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관장(모라종합사회복지관)
다양한 사연과 뒷이야기를 남긴 채 드디어 제6회 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사자나 적극 지지자는 아니지만 단순한 유권자 입장에서도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만감이 교차한다. 선거운동 마감일을 앞두고 쏟아내는 간절한 읍소들을 보며 “거, 좀 평소에 잘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평소에 정치를 잘하라거나 좋은 인격을 보이라는 말이 아니다. 하다못해 팬 관리라도 좀 제대로 하라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밥 먹고 정치만 한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둔하고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두해 전인가 보다. 금정구에 있는 체육관에서 하루걸러 복지단체 행사가 열렸다. 먼저 ‘장애인 어울림한마당’이 열렸고, 그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푸른 꿈나무들 한마음 축제’라는 아동청소년 행사가 열렸다. 첫날 장애인 행사 때는 부산시장을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에 시의원, 그리고 중앙에서 내려온 인사들로 내빈석이 모자랄 정도였다. 그 탓에 민간 복지계 대표라는 자격에도 불구하고 뒷줄 한편에 겨우 앉을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은 노인 관련 행사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다. 내빈 소개 시간만 20분은 족히 걸린다. 내빈석이 한 줄에 의자 20개씩 다섯줄이 넘는 경우도 보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동행사는 전혀 딴판이었다. 축사를 의뢰받고, “나 까지 축사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려나. 애들이 지루할 텐데...” 생각했지만, 걱정도 팔자였다! 내빈석엔 아이들이 생활하는 시설의 책임자들뿐 내빈은 거의 보이지가 않았다. 민·관 통틀어 애들 말로 필자가 짱(?)이었다. 시청에서 나온 주무 과장이 부산시장 축사를 대독할 정도였으니... 이쯤 되면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까? 그건 바로 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참 둔하고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표를 생각한다면 이날 행사에 더 집중해야 하는거 아닌가? 왜냐하면, 그날 아동행사에 참석한 2천여 명 중에는 상당수의 중·고등학생, 심지어는 대학생도 있었다. 불과 3~4년, 다음 선거 때면 대부분 유권자가 될 잠재적 표밭이란 말이다. 여기에 와서 사회자의 아부성 멘트에 곁들여 격려의 말이라도 하고 손이라도 한번 잡아준다면 그들은 아마도 평생 팬이 될지도 모르고, 그러면 구태여 선거 전날 자정까지 땅바닥에 엎드려 절하거나, 마이크 앞에서 눈물, 콧물 쏟는 쇼까지는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이는 국가 복지정책에서도 다르지 않다. 최근 복지계 현안 중에 2005년도 지방분권 사업으로 지방에 이양된 사회복지사업들이 지방정부 재정 부족으로 원활한 수행이 어렵고, 또한 지자체 재정상황에 따라 복지수준이 좌우되는 등의 이유로 중앙정부로 환원하라는 요구가 넘쳐났고, 결국 2015년부터 정신·장애인·노인양로시설 등의 운영이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되게 되었다. 그러나 아동과 여성복지 분야는 제외됐다.
이 역시 표와 관련된 것이라 짐작되는데, 이로써 대부분 부모와 헤어져 심리·정서적으로 불안한 가운데 더욱 세심한 교육과 양육이 필요한 아이들과, 모자보호시설·미혼모시설·성매매피해보호시설 등에서 생활하는 사회안전망이 가장 절실한 취약 여성들만 여전히 지역에 따라 차별받는 또 다른 소외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뒷담화 식으로 가볍게 시작한 얘기가 너무 깊이 들어가 버린 것 같다.
하지만, 말나온 김에 우리네 교회 속사정은 어떤지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들었다. 혹시나 지금 교회 안에서도 우리들 눈에 힘 있는 장년들, 그리고 다복하고 안정된 가정만 보이는 건 아닐지? 예수님도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 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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