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의 정체와 교회의 역할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학교)

한국기독교이단의 역사는 세월호 사건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되었다. 언론에서는 사용이 금기시 되어온 ‘이단’ 그리고 ‘구원파’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단’은 부정적 가치판단을 내재한 교리적 용어이고, ‘구원파’는 기독교복음침례회가 아닌 기성교회가 지칭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가치중립적인 용어 사용을 원칙으로 하는 언론에서 ‘이단’ 혹은 ‘구원파’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단문제가 교회의 교리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원파 기업운영은 종교빙자 사기
구원파의 그 출발로부터 종교활동과 기업운영을 동일시했다. 경제적 착취는 종교적 헌신으로 해석되었다. 초기 자본의 형성도 신도들의 헌납을 통해 이루어졌기에, 다른 기업들에 비해 순이익의 창출이 용이했다. 신도들은 저임금 혹은 무임금으로 그들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돈마저 아낌없이 바쳤다. 심지어 서독에서 힘들게 일하던 간호사들의 돈마저 거리낌 없이 거둬들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활동의 결과는 유씨 일가와 측근들의 사리사욕을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사회적 역기능을 하는 기업형 종교를 우리는 ‘사이비종교’라고 부른다.

공권력과 언론의 한계와 교회의 역할
공권력과 언론의 한계는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개입이 가능하다는데 있다. 예방기능보다는 공론화와 사후처리 기능이 강하다. 하지만 교회는 이단사이비종교 문제에 대해 예방적 차원의 대처가 가능하고, 이단단체의 교리에 내재된 잠재적 위험성을 직시할 수 있으며, 효과적인 대안들을 교회와 사회에 제시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구원파 문제의 본질은 부실기업문제가 아니라, 사이비종교문제라는 사실이다.
한편 교회의 안이한 이단대처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단문제는 교리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지 사회문제화 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공권력과 언론이 아니라, 교회만이 예방과 대처에 대해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기독교이단사이비문제, 이제는 교회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위조지폐 문제가 많다고 해서, 화폐제도 자체가 폐지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피해자들과 가족들 배려가 가장 중요
가장 중요한 사건의 본질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존재이다. 그 외의 다른 어떤 이슈들도 이 사건의 본질을 가려서는 안 된다. 이단 교리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접근도 조심해야 하고, ‘도덕적 해이’를 ‘종교적 범죄’로 확대해석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유병언씨 일가와 측근들의 부정부패를 들춰내는 것도 전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사건 해결에 있어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대상은 바로 피해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의 치유와 회복이다.
잔인한 4월 아픈 5월이다. 요즘 길거리에서 만나는 남녀 고등학생들을 보면 그냥 너무나 예쁘고 고맙고 미안하고 애틋하다.

201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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