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붓는다고 다 헛것이 아닙니다

강형식 목사((사)문화쉼터 이사장)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말이 있습니다. 결과도 없는 일에 투자하고, 노력하는 어리석고 무익한 일을 두고 이를 때 쓰이는 말입니다. 이것은 인생을 걸어가며 쉽게 경험하는 시행착오의 일인 듯 합니다.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은 당연히 어리석고 바보 같은 사람으로 평가 됩니다.
저도 인생을 살아가며 한때 ‘밑 빠진 독 물 붓기 식의 삶만큼은 살지 않아야지‘ 하고 다짐을 할 때가 간혹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교회 근처에 콩나물을 키우는 자그마한 공장이 하나 있습니다. 새벽기도 갈 때 쯤이면 플라스틱 큰 통에 검은 비닐을 뒤집어 씌워진 채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콩나물들이 줄줄이 서 있음을 보았습니다. 매일 새벽마다 그곳을 지나치며 예사로 보아왔던 일이었지만 어느날 우연히 공장 안을 들어가 콩나물 재배 모습을 보며 귀한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헛된 것인 줄만 알았는데, 헛 것이 아니더라는 것‘ 입니다. 콩나물 키우는 자루 밑둥치가 뚫려 있었고, 물은 계속 위로부터 부어지고 밑으론 계속 그냥 흘러내리는 것입니다. 당연히 물을 붓는다는 사실이 의미 없는 것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콩나물은 잘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결과를 요구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그 결과 때문에 위축되기도 하고, 낙심도 하고, 좌절도 합니다. 때론 그 결과에 연연하여 거짓되기도 하며, 스스로 자신을 속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많은 믿음의 선진들은 결과를 보고, 결과를 알고, 결과에 연연하여 삶을 살아갔던 것이 아닙니다.
믿음의 선진들은 결과 보다 과정을 더 소중히 여겼고, 그 과정들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겼습니다.
걸음걸음, 순간순간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고 따른 그 삶의 시간들이 소중했고, 그 약속을 믿음으로 연약한 중에도 감사하며 나아갔던 그들의 삶이 아름다웠습니다.
또한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보이는 결과가 누려지지 않을지라도, 과정을 더 귀히 여기며 묵묵히 소명의 길을 살아갔습니다.
그것이 결국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하심을 경험케 되는 은혜를 누리게 되고, 그러한 믿음의 선진들 모습들을 통해 이 땅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 이루어졌습니다.
하나님의 소명을 감당해야 할 사명의 자리가 열악한 환경 임에도 개척자의 정신으로 도전하며 묵묵히 일하시는 그리스도인들을 뵐 때마다 존경함을 가집니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아 보이는 것들에 대한 이웃들의 판단들에 힘들어 하면서도 하나님의 위로를 기다리며 숨겨진 땅속의 씨앗이 싹으로 돋아나는 그날을 기다리는 농부마냥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신실하게 사명 감당하시는 사역자분들, 하나님은 당신을 통해 놀라운 결과물들을 역사 속에 반드시 그려 내실 것입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갈 6:9)

201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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