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구 사무총장(한국YMCA사무총장협의회 회장)
지난 달 서울YMCA에서 ‘Y-인물콘서트’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와 함께 만든 이 책은 일제강점기 암울했던 한국 근대사에서 YMCA를 이끌며 민족의 희망의 불길로 살았던 10명의 지도자들을 조명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월남 이상재, 고당 조만식, 다석 유영모 등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 외에도 지금까지 많이 조명되지 않은 YMCA를 일군, 격랑의 시대를 끌어안고 살다 간 선배들의 삶을 보며 시대를 읽을 수 있고 나아가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엿보는 것도 소득이었다.
출판기념회가 끝난 후 몇몇 저자들과 만찬을 같이하는 자리에서 ‘우남 이승만은 왜 빠졌냐?’는 나의 질문에 그들은 웃기만 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근대사와 한국기독교의 물줄기를 바꿨던 ‘옥중신학교’라는 한성감옥에서 40명을 전도한 것도 우남이요 이중 YMCA운동의 상징인 월남 이상재와 김정식 등을 끌어들여 Y-운동의 토대를 이룬 것도 그였으나 말년의 과오로 공이 가려진 것이 유감이었다.
역사교과서 논쟁과 맞물려 과거의 역사논쟁은 아직도 뜨거운 감자로 우리 곁에 있는 셈이다. 그래서 카아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지 않았나.
얼마 전 3.1절이 지나갔다. 인터넷을 통해 본 대부분의 설교가 3.1운동의 역사성을 이야기 하면서 33인 중에 기독교인이 16분으로 기독교가 공헌했다는 사실의 나열에 머물러 애국심에 호소할 뿐 지금 이 자리에서 3.1정신을 어떻게 기독정신으로 계승, 발전하여 우리의 소중한 자산으로 만들 것인가를 간과하여 아쉬웠다.
그럼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미완의 3.1운동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국민통합과 민주주의의 공고화, 그리고 평화통일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본다는 ‘보이지 않은 고릴라 실험’이나, 소란스런 파티장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소리만 들린다는 ‘칵테일파티효과’의 실험에서 보듯이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자신의 프레임에 갇혀 살아가고 있다. 남과 북, 동과 서, 보수와 진보, 세대와 세대의 갈등에서 보듯 하나의 사건을 보는 시각이 사람마다 다르니,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 있는 셈이다. 이럴 때일수록 또 다른 갈등유발자가 아닌 화해자요 치유자로서 교회의 기능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근에 엠네스티를 비롯해 한국의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우리다. 민주화과정에서의 개신교의 역할이 컸음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이런 자랑스런 유산을 교계 내에서조차 폄하하여 걱정이다. 양희송은 ‘다시 프론테스탄트’에서 「우리는 종종 ‘교회는 민주주의democracy가 아니라 신본주의theocracy다’라고 자신 있게 외치는 소리를 듣는다. 이 말은 종교개혁이 근대민주주의 형성에 끼친 사상적 영향이 얼마나 직접적이고 강력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무지의 소산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중세교회에서 개신교가 교회론으로 어떻게 갈렸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반 개신교적 발언이기도 하다.」는 외침에 귀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평화통일이다. 다행히 대통령조차 ‘통일은 대박’이라고 하였다. 진정성을 넘어 3.1운동의 온전한 완성은 우리가 평화통일을 이룰 때 비로써 완성된다. 지금의 불필요한 이념의 과잉과 이로 인한 사회적 분열의 원인은 세계유일의 분단이란 상황에서 일어난 동족상쟁의 결과이다. 우리가 통일을 이뤄 인류공영에 이바지 할 수 있을 때 비로써 미완의 운동인 3.1운동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교계는 지금 영적에너지의 고갈과 교인수의 감소, 세대 간의 대화단절로 인한 교회이탈과 리더십의 위기, 사회문화적 소통부재로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다. 한국기독교의 값진 유산인 3.1정신의 계승이 우리에게 새로운 부흥의 불씨를 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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