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섭 목사(성상중앙교회 담임, WCC부산총회 준비위원회 총무, 부산NCC총무)
성경의 핵심적인 인물들은 모두 여행을 통해 다듬어지고 성숙해 갔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에서 쫓겨나 유랑의 길을 떠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한다는 것을 가슴에 아릿하게 새겼다.
아브라함은 고향 갈대아 우르에서 유프라테스 강을 따라 대도시 마리를 기웃거리고 터키 남부 하란에서 머물다 족장의 길, 그 외로운 산길을 따라 다메섹을 거쳐 세겜, 벧엘, 헤브론, 브엘세바에서 마침내 에셀나무를 심고 하나님을 부른다. 그 심정이 어떠했을까? 춘궁기의 애굽 굴욕, 소돔의 절박함, 아내를 먼저 보낸 헤브론의 막벨라, 마침내 사막과 경작지가 각축전을 벌이는 브엘세바의 황량한 벌판에서 그는 하나님을 보고 만진다.
아브라함뿐인가? 이삭과 야곱도 그랬다. 야곱은 고향에서 탈출, 벧엘을 지나 하란 라반의 집에서 좀 심한 시집살이를 하고, 얍복강을 넘었다. 몸 고생, 마음 고생 가득한 여행길이지만 여행이 그를 다듬어주었고, 하나님이 만들어 주셨다.
모세는 시나이광야의 외로운 도피 길에, 말 많고 거칠고 제멋대로인 히브리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며 미치고 팔짝 뛰다 못해 하나님 앞에 울었다. 그렇게 기도하며 다닌 기간이 40년이었고, 그 기간 동안 모세가 만들어지고 여호수아, 갈렙이 나왔다.
1816년 맥스윌과 홀이 군함을 이끌고 군산 부근(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진 갈곳)정박했다가 조대복에게 영문성경을 전해 주었고, 1832년 7월 귀츨라프(네덜란드선교회)가 충청도에 전도문서와 성경을 전했다. 이후 한국교회는 오랜 세월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여기까지 왔다. 잘한 것도 많고 욕 들어 먹을 짓도 많이 했다. 한국교회를 의인화시켜보면 이것도 여행길이다. 가파른 길이었지만 그래도 감사하다. 이제부터라도 잘 걸어가야 할 텐데 우려가 많고,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궤양처럼 속을 쓰리게 한다.
금년에는 교단이 참여하는 WCC(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 10차 총회가 있고, 내년에는 개인과 단체가 참여하는 WEA(세계복음주의연맹) 서울 총회가 있다. WCC 총회는 약간의 반대는 있지만 그럭저럭 준비를 마쳐가고 있고, WEA는 반쪽 대회가 될 위기에서 총회장소 이전 이야기도 떠돈다. 두 대회의 초점이 한국으로 향해 있고 그런 면에서 앞으로 한국교회가 가야할 여행길이며 그것들을 통해 세계교회의 지향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두 대회는 한국을 향해 출발하는 여행이지만 전 세계의 고민거리를 짊어지고 오는 순례여행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지혜와 은혜, 다스림을 소원하는 거룩한 여행이다.
그래서 WCC 총회는 하나님 앞에 기도로 엎드린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 하나님이 희미해지고 세속주의와 물질주의, 개인주의의 거센 도전으로 인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증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정의와 평화에 목마른 사람들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WCC가 점차 그 관심을 선교와 전도로 옮기고 있으며, WEA는 사회적 책임에 지혜를 모으고 있다.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진영으로 나뉜 과거의 긴장을 극복하고 상호간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키게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에서 두 그룹이 만난다. WEA가 한국에서 총회를 개최하지 못하더라도 그런 흐름이다. 우리는 함께 그리스도와 성경을 바라보며 복음전도와 사회선교, 사회정의를 위한 운동이라는 성경적 균형을 찾아갈 때 복음주의 운동, 에큐메니컬 운동 모두 서로 완성될 수 있다. 한국교회는 미래를 위해 그런 여행을 준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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