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덕 목사(샘터교회, 샘터교육문화원장)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베푸신 은총을 빛깔로 묘사한다면 아마도 녹색과 적색일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녹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인 자연 만물들을 손수 지으시고 첫 사람에게 복을 주시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하셨다(창1:28). 그리고 하나님은 당신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사람들이 녹색의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보시고는 ‘참 아름답다’ 감탄하셨다(창1:31). 이는 누구에게나 녹색 자연의 혜택을 누리게 하시는 보편적인 은총, 즉 녹색은총이다.
그렇다면 적색은 무엇을 의미할까? 죄와 허물로 가득한 세상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 즉 사랑과 용서와 화해를 위한 희생을 의미한다. 누구든지 죄를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여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난 이들에게 주시는 특별한 은총이 있다(요3:16). 이를 적색은총이라 한다.
그렇다면 보편적인 녹색은총과 아주 특별한 적색은총을 우리에게 베푸시는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이는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돌보고 가꾸며, 지키고 또한 살리라는 하나님의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이렇게 은총에로의 부르심은 은총을 입고 사는 이들에게 특권이며 사명이다. 과연 오늘날 우리는 녹색은총과 적색은총을 입은 자로서 어울리게 살고 있는 것일까?
최근에 동화작가 고 권정생 선생이 남긴 글을 읽게 되었다. ‘지금 우리 농촌도 도시도 다 병들었다. 육체도 정신도 모두 망가졌다. 교통사고, 성폭행, 암 사망률, 부정부패, 온갖 나쁜 것이 세계 제일이다. 금수강산은 쓰레기 강산으로 변했고, 남산 위의 소나무는 철갑은커녕 눈물겹도록 아프게 죽어가고 있다. 도시는 도시대로 편리와 쾌락을 위해 오염물질을 쏟아내고, 농촌은 농촌대로 도시인들을 위해 독한 농약을 뿌려 더 많은 것을 생산하느라 땅이 죽어가고 물이 오염되어 물고기와 새와 벌레도 사라져 간다. 사람들이 병들고 죽어가는 건 자업자득이지만 죄 없는 자연 속의 동식물이 죽는 건 어찌할 것인가?... 생존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어도 되는 건 스포츠 경기에나 있지 살아있는 목숨들은 함께 살아야만 된다(우리들의 하나님).’ 녹색은총과 적색은총을 입은 자로서의 탄식이 아닐 수 없다. 변화는 비판적 성찰과 자기반성에서 시작한다.
6월 첫째 주일은 제30회 환경주일이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올해 환경주일의 표어를 ‘은총의 물, 모든 피조물과 함께’라고 걸고는 ‘물이 곧 생명’인데 지구가 심각한 ‘물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생산품과 소비는 물을 필요로 한다. 과도한 소비는 곧 물의 과잉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28개국의 3억 4천만명이 물 부족으로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고, 2025년쯤에는 세계 52개국 약 30억명이 물로 인한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녹색은총이 흐르지 못하는 결과가 아닌가?
이제는 적색은총을 입은 자들이 일어나 온 땅에 녹색은총이 흘러넘치게 해야 한다. 온갖 탐욕과 이기심을 내려놓고 녹색 자연의 일부가 되어 함께 살아야 한다. 우리는 은총으로 살고 있으며, 사명은 은총을 입은 자들이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이젠 경쟁과 교만의 봉우리에서 내려와 더불어 사는 생명의 골짜기를 함께 거닐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