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원칙을 충실히 지키는 것

임석웅 목사(대연성결교회 담임)

전에 식수가 부족한 섬에 놀러간 적이 있다. 우물에 “샤워금지! 식수로만 사용해 주시오”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먼 곳까지 가기 귀찮다고 그곳에서 샤워를 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 경고를 무시하고 따라서 샤워를 했다. 당장은 편리했다. 그러나 곧 식수로 쓸 물이 동이나 모두가 고통을 겪은 적이 있다.
어느 조직이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충실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편하다고 임시방편으로 일을 처리하면 반드시 그보다 더한 댓가를 치루는 것이 인생의 진리다. 스티븐코비는 그의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법칙’에서 이것을 ‘원칙 중심의 패러다임’이라고 했다. 원칙은 위치를 옮길 수 없는 등대와 같은 것으로 어디에나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본적인 진리라고 했다.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한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다. 원칙이 무너지고 편법이 통하는 사회는 참 피곤하다. 예측불허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늘 긴장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 사회는 소망이 없다. 원칙과 상관없이 일만 잘하면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사회는 결국 자멸하고 만다.
‘원칙이 잘 지켜지는 사회 만들기’는 나부터 시작된다. 웃음꺼리가 되고 ‘너 잘났다’는 소리 들을 수 있다. 그래도 누군가 용기를 내서 그렇게 살기 시작하면 하나, 둘 그렇게 따라 살게 된다. 시작이 어렵지 막상 시작하면 세상은 참 살만한 곳이 된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의 원칙은 간단하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다. 이것이 십자가의 본질이다. 하나님을 경외하기 때문에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세워진다. 아무리 어려워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반드시 해내고 말겠다는 원칙도 선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사람들이기에 나도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아프게 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따라온다. 그런 원칙들이 신앙공동체를 세워간다. 원칙은 본질을 추구하는 일이다. 본질을 잃으면 편법이 원칙을 대신하게 된다.
어떤 모임에 송년 설교를 부탁받고 갔다. 그 모임의 이름이 **전도회였다. 올 한 해 동안 얼마나 전도하셨냐고 물었다. 몇 명 안 되었다. 그래도 보고서를 보니 회비는 열심히 냈다. 그런데 다 놀러 다니고, 먹고, 서로 선물주고 받고, 회의(會議)하는 일에 썼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모임의 이름을 바꾸시든지, 아니면 모임을 해산하시든지 하라고 했다. 모임의 본질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교회마다 한 해를 결산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시즌이 왔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교회를 세우신 이유가 무엇일까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때다. 교회의 본질은 영혼구원이다. 교회에서 하고 있는 다른 어떤 일보다도 우선하는 일이다. 전에 미국 윌로우크릭 교회의 빌 하이벨스 목사님의 강의를 들었다. 그렇게 큰 교회를 이끌면서도 주 중에 모이는 불신자 모임을 정기적으로 참석하며 매주 개인 전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를 처음 시작할 때나 대형교회로 성장한 지금이나 목사의 본질을 잃지 않았다. 결국 그것이 오늘의 윌로우크릭 교회를 있게 했던 것이다.
원칙과 본질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 바보 취급받는 시대가 되었다. 다 아는 이야기는 그만 하라고 면박을 준다. 그러나 사탄은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고 꼭 해야 할 일을 못하게 한다. 나쁜 일하는 교회는 없을 것이다. 교회가 하는 일이니 다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좋은 일이라고 해서 그 일이 본질인 줄 착각하면 큰일이다. 지금 교회가 하는 일들 중에 어쩌면 많은 일들이 꼭 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있다. 교회가 영혼 구원하는 일을 뒷전으로 돌리고 있다. 엉뚱한 일에 재정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 지금 교회 밖에서 10명 중에 9명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교회마다 연말이 되면 회의가 참 많다. 회의(會議)가 많으면 회의(懷疑)가 생긴다. 아니다. 분주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회의들이 영혼을 구원하기 위한 회의들인지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교회는 영혼을 구원하는 일을 할 때 존재의 의미가 있다. 그것이 교회의 기본이다.

201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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