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적 정죄’보다 ‘치유와 회복’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학교 신학과)

이단의 미혹에 대처하는 것보다, 이단피해자를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일이 더욱 힘들다. 이단단체를 떠난 피해자들은 회복을 꿈꾸며 교회를 찾는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교회의 문턱은 너무 높고, 이들 피해자들은 짧고 허망한 안식을 위해 또 다른 이단을 찾아 나선다. 교회의 무관심과 무대책이 이단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기존 신자들을 위한 이단예방 프로그램과 함께, 피해자들을 위한 치유와 회복 프로그램의 운영이 절실하다.
“이단에 속한 사람을 한두 번 훈계한 후에 멀리하고”(디도서 3:10), 대신 그들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기도하라!
성서에 나타난 이단 대처법은 다소 미온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이단에 싸워 이기기를 권하기보다 접촉하지 않기를 권고한다. 이러한 대처법은 초대교회 안에서 활동하던 이단들이 얼마나 위험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한두 번 훈계한 후에 멀리하라”고 해서, “이단에 속한 사람”을 위한 기도를 결코 멈춰서는 안 된다. 오히려 쉬지 말고 그들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기도해야 한다.
사랑하는 가족이 이단에 빠졌다면, 과연 우리가 한두 번 훈계한 후에 멀리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엄격함과 단호함으로 이단에 속한 잘못을 분명하게 지적해야 하지만, 동시에 관심과 사랑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한두 번 훈계한 후” 그들을 위해 “쉬지 말고” 기도하며 성령의 강권적인 역사를 소망해야 한다.
“이 교훈을 가지지 않고 너희에게 다가가거든 집에 들이지도 말고”(요한이서 1:10), 대신 교회로 이끌어라!
이단에 속한 사람들은 “할 수만 있으면 택하신 자들도 미혹”하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신앙인들은 항상 이단들의 주된 포섭 대상이 된다. 그렇기에 이단들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처방법 중 하나는 아예 집에 들이지도 않고, 아는 척도 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집에 들이지도 말라”고 해서, “이단에 속한 사람”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집에서 ‘개별적’으로 이단에 대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오히려 교회를 통해 ‘조직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집에 들이지 말고, 그 대신 적극적으로 교회와 목회자에게로 이끌어야 한다.
교회는 이단들에게 심판을 선포하며 정죄하는 곳이 아니라, 교회는 이단들에게 회복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를 선포하고, 이단피해자들을 긍휼히 여기며 치유하는 사랑의 공동체이다. 교회의 본질은 이단 정죄가 아니라 잃어버린 영혼에 대한 사랑이다. 우선순위를 결코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단에 속한 사람들을 개인적이고 냉소적인 무관심으로 대하지 말고, 교회로 적극적으로 이끌 때, 이들은 성령의 위로와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
“내 자신이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로마서 9:3), 대신 잃어버린 양을 위하여 살자!
만약 이단에 빠진 사람이 내 아들이고 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심할 여지없이 “내 자신이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죽을 때까지 자녀를 구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우리들 스스로가 이단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이단피해자 가족들의 애통하는 마음으로 이단문제를 바라보지 않는다면, 이단에 빠진 사람들을 치유하고 회복시킬 수 없다.
21세기 한국교회의 이단대처, 이제 우리만 살겠다는 ‘교리적 정죄’를 넘어, 잃어버린 ‘피해자 치유와 회복’으로 나아가야 한다.

201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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