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규 관장(모라종합사회복지관, 산정현교회)
법원에서 민사 조정을 하다보면 가끔 민망할 때가 있다. 피고석에 앉아 당당히 교인임을 밝히며 결백을 주장하는 경우이다. 피고라해서 다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좀난감하다. 원고도 마찬가지다. 교인으로 보기엔 다소 과한 원고이니 말이다. 꾼돈을 안갚으면서 당당한 집사, 돈 안갚는 것들은 벌을 받아야된다며 사실상 고리로 일수놀이 하는 권사, 물론 이들은 필자가 교인임을 알지 못한다. 참 딱한 일이다.
최근 기독교에 대한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 실시간으로 전 세계를 망라하는 인터넷 공간에 기독교에 대한 악의적이고 모욕적인 글들이 간단없이 올라온다. 심지어 교인들의 선행기사에도 어김없이 악성 댓글이 이어진다. 개중엔 기독교에 대한 상당한 전문적 식견을 보이는 글들도 보인다. 너무 사실적이고 적나라해서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에 참담할 뿐이다. 선교초기 우리나라의 독립과 선진화, 민주화, 그리고 최근에 이르러선 사회복지 증진에 기여하고 대통령을 네 명이나 배출했음에도(오히려 비난의 주 원인일지 모르지만) 오늘날 기독교의 위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는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이 약화되고, 교인들의 삶에 대한 사회의 경외감이 상실된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교회와 교인들의 도덕성이 심각히 훼손되었다는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서 사건, 사고 때 마다 교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거기엔 목회자고 평신도고 구분이 없다. 이는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끝없이 터져 나오는 성추문, 금권선거와 교회 세습, 그리고 용역 동원에다 급기야 총회에 가스총까지 등장하고, 교계 신문은 연일 성명서, 결의문, 해명서, 사과말씀 등으로 지면이 도배되고 있다. 이쯤되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 속 빅브라더와는 정반대로 가공할만큼 오픈된 세상도 그렇고, 높아진 교인들의 수준으로 더 이상 목회자들에 대한 신격화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회적 비판이나 내부 고발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깥사람들이 보기에 원래 교인들 사는 세상은 다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것도 같다.
일각에선 불교나 가톨릭은 교리 자체가 세상에서 선행이나 공덕을 쌓아 극락에 이른다는데 비해서, 우리는 죄를 지어도 예수님만 믿고 회개만 하면 구원 받는다는 구속의 교리라서 하늘 위의 것에 더 관심이 많아 세상 사는걸 좀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농 삼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들의 삶에 대해 분명히 제시한다.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5:16)” 이것이 곧 기독교인의 사회생활 지침이다. “한국교회는 신앙은 있는데 생활은 없다”는 비판에 우리는 예민해야 한다.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셨다’는 초대교회와 사도들의 행전 속 삶이 오늘날 계속되어 질 때, 그리스도의 지경은 넓어질 수 있다.
우리는 어릴 때 학교에서 바른생활이라는 과목을 배우며 자랐다. “거짓말 하지 마라. 친구들과 싸우지 마라. 남을 배려해라.” 또 가정에선 “버릇없이 굴어서 부모 욕먹이지 말라는 가르침 속에 살았다.
교회가 할 일이 또 하나 생겼다. 딱하긴 하지만, 이제는 교회서도 교인들에게 바른생활을 가르쳐야할 것 같다. 교인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원칙 말이다. “정직해라. 교인끼리 싸우지 마라. 이웃을 돌봐라” 그리고 “제발, 눈치 없이 굴어서 하나님 욕먹이지 마라” 교회학교 어린이로부터 장년에 이르기 까지, 특히 직분자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야한다. 물론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가르침은 솔선수범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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