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규 관장(모라종합사회복지관)
얼마 전 원로복지인 퇴임식에 다녀왔다. 영도 청학동 산 중턱에서 평생을 불우한 아동의 양육을 위해 헌신하다 1991년 개정된 관계 법령에 따른 유예기간 만료로 사재를 출연한 설립자임에도 올해 정년퇴임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분들이 부산에만 20명이 넘는다) 교육자나 공무원들처럼 명예로운 훈장 수여도 없고 전별금도 없는 조촐한 퇴임식이었지만 그 어느 행사보다 감동스러웠던 것은 반세기에 걸친 복지사역의 마무리 변이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으로 아이들을 제대로 잘 먹이지 못한 게 회한으로 남습니다” 제 자식도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 뉘라서 남의 아이들을 그렇게 거두어 보살피며 키워낼 수 있을까? 그럼에도 잘 먹이지 못한 것만 생각난다며 울먹이던 모습에 모두 코끝이 찡했다. 착한 행실로 세상 사람으로 하여금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해 온 이 분은 제5영도교회 원로 장로다.
언젠가 남구에 있는 대형교회 청년회보에서 이런 글을 본적이 있다. “어떤 교회가 좋은 교회인가? 세상의 기준은 구제를 많이 하고, 봉사를 많이 하는 교회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것이 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모습인가? 아니다. 물론 교회는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좋은 교회의 핵심은 아니다. 좋은 교회는 예배가 살아있는 교회다. 영혼을 살리는 교회이다. 기도가 살아있는 교회, 정직이 살아있는 교회가 좋은 교회이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인본주의자로서는 정당하지만 기독교인으로서는 합당하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 50년이 넘도록 교인인 나도 당연히 동의해야 하겠다. 하지만 솔직히 인본과 신본의 경계를 넘나드는 불민한 평신도로선 참 난감하다. 구제와 봉사가 성경이 말하는 좋은 교회의 기준은 아닐지 모르지만 좋은 교회의 할 일이라는 게 평소 소신이니 말이다.
모 대학 선교복지대학원에서 지역사회복지를 강의하면서 사역현장에서의 사례를 발표하도록 한 적이 있다. 학생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교역자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은 사례가 많이 소개되었다. 전문 복지기관 수준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에 시설을 개방하기위해 교회 담까지 헐어버렸다는 교회, 십여 년 전부터 입양운동을 전개하는 교회, 연합하여 소외계층에 반찬을 나누는 작은 교회들. 아마도 이들 교회를 보고 인본주의자들은 물론이고 예수님도 좋은 교회라 하지 않았을까? 성경을 보니 그럴 것 같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더라’(눅4:18-19 )
세계교회는 1974년 로잔언약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 하면서 전도와 사회참여(봉사)를 별개로 보지 않고, 다 같이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우리의 교리, 우리 이웃을 위한 우리의 사랑,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순종의 필수적 표현들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더구나 교회의 위상이 곤두박질치고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된 우리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있는데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은 없다”는 비판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다행이 많은 교회가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 개인 활동에 비해 교회 차원의 참여는 저조하다.
오늘날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이미 보편화된 노인대학이나 지역아동센터 운영을 비롯해 저소득층 자녀 공부방 제공, 일자리 나누기, 다문화 가정 적응 프로그램, 문화교실을 통한 지역사회 문화 창달, 장애인이나 자활사업 생산품 판매를 위한 보호된 시장 등, 인적·물적 자원과 풍부한 시설 인프라를 활용한 이른바 쳐치 세어링(Church Sharing)을 통해 교회는 다양한 일을 할 수가 있고 많은 교인들이 그걸 원하고 있다. 문제는 교회내 높은 분들의 마인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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