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식 목사(평화교회)
구약 시대 이스라엘을 이끈 지도자는 세 부류가 있었다, 제사장, 예언자, 현자가 그들이었다. 제사장은 하나님과 백성들 사이에서 중보자 역할을 담당하여, 하나님의 복을 전하며 백성들의 기원을 아뢰는 중보자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예언자는 올바른 하나님의 뜻과 공의를 전달하는 기능을 감당하였다. 현자는 사람들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쳤다.
연약한 인생들이 감히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죄와 허물의 용서함을 받고,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영적인 영역과 물질의 축복을 강복하는 자로서의 제사장은 종교와 신앙생활의 틀을 세워 나가는 하나님의 대리인이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이란 대언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한 예언자 또는 선지자는 개인의 윤리적 생활과 바르고 정의로운 사회의 가치관으로 인류 사회가 세워지도록 힘쓰는 일에 전념하였으며, 이들의 영적 지도력이 건강한 사회, 바람직한 비전을 품고 이루며 사는 세상을 만들어 나갔다.
현자 또는 지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성공적인 인생, 행복한 삶, 건전한 인간관계, 바람직한 처세 등을 가르친 이들이다. 결국 지혜란 우주만물과 인간의 역사를 주관하는 하나님의 뜻을 잘 분별하는 일이라 결론짓고, 그래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임을 역설하였다.
시대에 따라 세 부류의 지도자의 역할과 역량의 강약에 다소 차이와 변화가 있을지라도, 세 부류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 보완의 사명을 감당하였으며, 균형과 조화 속에서 바람직한 하나님의 세상을 이루어 나가는 한 모퉁이씩의 역할을 맡아 건강한 사회를 건설해 나가는 기둥이 되었다.
제사장의 강복은 이스라엘의 에너지였으나, 예언자의 예언으로 기복신앙의 유혹을 이겨 나갈 수 있었다. 예언자의 가르침은 하나님의 공의를 강조하였으나, 건조하고 율법적인 삶에 빠지지 않도록 현자들의 지도와 배려가 요청되었다. 현자들의 말은 실생활에 유익하나, 제사장의 중보로 인간은 영적인 존재임을 확인하게 하였다.
현대 사회도 역시 같은 구조 틀이 필요함을 생각하게 된다. 과연 오늘 누가 우리에게 복을 줄 수 있는가? 과연 정치가, 경제가, 또는 사회 문화 어느 분야가 복의 근원이 되며, 참 복을 우리에게 줄 수 있는가? 영원까지 이어지는 복은 오직 하나님이 주시는 것임을 오늘의 제사장들을 통해 우리는 확인하게 된다.
사회란 정의의 균형이 깨어지면 타락하고, 공의가 훼손되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인류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데, 예언자가 입을 열지 않는 사회는 그 자체가 위기임을 우리는 절감하며 살고 있다. 또한 현자의 가르침으로 적절히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지혜가 어느 시대보다 필요하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 시대에 기독교가 이 세 부류의 적절한 조화와 균형을 이룬 가운데 그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오늘날 강단에서 선포되는 설교는 과연 세 가지 내용을 균형있게 다 담고 있는가? 신앙인은 세 가지 내용 모두가 종교적 역할과 사명이라고 여기고 있는가? 과연 오늘날 기독교는 건강한 종교로 인식되고 있는가?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하면서, 어느 시절보다 예언자의 광야의 외침이 그리워지고, 세삼 아쉬운 것은, 오늘 우리가 한 쪽으로 기울어진 편식에 익숙해 균형을 이룬 바람직한 상태에서 벗어나 있음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라 여기면서, 스스로 반성과 자책을 하게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