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창 용 목사(동광성결교회)
<만들어진 신>의 작가 리처드 도킨슨은 “신앙은 몹시 ‘모욕’에 취약하다”고 적었다. 그래서 신앙인들은 신앙을 모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높고 두꺼운 ‘존경’의 벽을 쌓는다고 한다. 하긴 신앙은 성스러운 개념을 중심에 두고, 그것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나님, 성경, 예수 그리스도, 교회, 성례전 등등은 신앙인에게는 모두 우월한 것, 좋은 것이기에 나쁘게 말하지 못한다. 우리가 가진 신념도 나쁘게 말하지 않는데 하물며 종교의 개념을 나쁘게 말하는 것은 신앙인으로서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모욕할 수 없는 종교의 이콘(Icon)이 ‘종교의 특권’이라고 도킨슨은 말한다. 더 나아가, 놀음에서 조커처럼 종교는 으뜸패라고 서슴지 않고 말한다.
지난 4월, 총선이 끝났다. 총선 중에 국민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킨 일들이 있었지만, 압권은 김용민씨의 막말이었다. 기독교에 대한 막말, 테러진압에 대한 막말, 성(性)에 대한 막말은 들어보신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
도킨슨이 “종교가 으뜸패”라고 지성의 힘을 빌어서 공격하는 것이 인격적이라면, 국내에서 신학을 공부했다는 막말의 주인공이 해댄 말은 인격도, 예의도 없는 무례의 극치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모욕에 가깝다. 그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은 자신들도 언젠가 그들의 신뢰에 어긋나는 순간 그런 모욕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도 없이, 박수를 치고 동의한다.
호주의 작가 저메인 그리어(Germaine Greer)가 썼듯이 그들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가장 잘 하는 일은 아수라장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사회적 병리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자신의 편을 비판 없이 무조건 수용하는 “편들기”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포털과 신문사는 계속 공격을 받는다. 반대로 어느 포털과 신문사는 그들을 계속 공격한다. 서로를 인정해주고, 서로에게 격려해주는 분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판 없는 편들기는 결국 서로를 공멸케 한다.
또 사회적 병리현상 중 하나는 표피적인 분석과 이해로 빚어지는 “깊음의 사라짐” 때문이다. 깊이에는 단순함은 없지만 진지함과 이해가 포함된다. 깊이에는 선뜻 다가오는 따뜻함은 부족해도 관심이 지속된다. 깊이에는 즉각의 반응은 없지만, 사려 깊은 대책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 사회는 이 ‘깊이’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와 다르면 ‘모욕’을 해댄다. 극한 ‘모욕’을 문화적 코드로 사용하는 연예인까지 등장해버렸다.
지난번 우리나라에 와서 공연한 “레이디 가가”라는 가수도 이 문화적 코드를 사용한다. 최근 사회적 코드를 모욕이라고 정의해도 무방하다 싶다. 그래서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즉시 모욕한다. 모욕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던진다. 폭로하고, 막말하고, 마타도어로 사람을 주저앉히고, 내부를 교란시키는 볼썽사나운 일들을 저지른다.
이런 일에서 교회는 자유로운가? 아니다. 교회도 이제는 갈등의 해법을 이해와 관용이라는 코드를 버린 지 오래다. 어떤 경우, 신앙 없는 불모지에서나 통할 모욕이라는 코드를 사용한다. 하긴 문화적 코드가 모욕이니 교회도 그 시류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존경이 없는 모욕의 일관된 태도는 서로를 망치고 상처 줄 뿐이다. 교회는 적어도 이런 시류 앞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지금 우리의 태도가 모욕인지, 아니면 존경인지, 깊이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도대체 왜 우리가 모욕이라는 코드를 사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모욕이라는 코드가 신앙인에게 타당한 코드인지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
주님은 고린도 후서 10장 18절에서 [옳다 인정함을 받는 자는 자기를 칭찬하는 자가 아니요 주께서 칭찬하시는 자니라]고 하셨다. 인간의 모욕이란 감정은 길들여지지 않은 감정이다. 우리에게 길들여진 감정은 서로를 인정해 주고, 존중해주는 감정이다. 그런데 자꾸 모욕이란 감정을 길들여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어지럽게 할 필요가 있을까? 모욕이란 코드는 아무래도 제거해야 할 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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