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지일 교수 (부산장신대학교 신학과 / 월간 현대종교 편집장)
신천지가 커밍아웃하고 있다! 신천지의 기존 포교전략은, 정체를 감추고 교회나 기관에 침투한 후, 섭외(포교)활동을 통해 교인들을 추수하는(빼내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러한 ‘모략포교’가 ‘공개포교’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 신천지 커밍아웃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먼저 교회 안에 더 이상 숨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교회에 침투하는 신천지 신도들을 막기 위해 교회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오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신천지 신도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글을 교회 입구 등에 게시하는 것이다. 이는 신천지 신도들에게는 ‘경고’를, 교인들에게는 ‘경각심’을 일으키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신천지의 접근 방법과 특징들이 교인들에게 구체적으로 교육되면서 신천지의 교회 내 모략포교 활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신천지 신도들의 커밍아웃은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라, 기존의 포교 터전인 교회 내에서의 활동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나온 불가피한 선택이다.
또한 부정적 이미지의 변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신천지라는 표현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아마도 한국사회에서 신천지 신도들밖에는 없을 것이다. 신천지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언론과 교계에 이미 널리 각인되어져 있다. 신천지의 시급한 과제들 중의 하나는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다. 신천지 신도들이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자신이 신천지 신도라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는 현실은 곧 정신적 자괴감이나 정체성 혼란의 문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지 않을 신천지세상을 기다리는 이들의 헌신과 복종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새로운 감언이설과 전략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것이 공개포교 전략인 것이다.
분명한 점은 신천지가 기다리는 십사만사천명의 그날은 결코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신천지는 자신들의 숫자가 십사만사천명에 이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영생불사와 영광의 이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포교활동에 전력하고 있다. 현재 약 7만 내외의 교세를 가지고 있는 신천지에게 십사만사천의 그날은 올 것인가? 물론 오지 않는다. 설령 오더라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주목할 점은 신천지 지도자들에게는 십사만사천명이 차든 안차든 잃어버릴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이미 충분한 부를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신도들은 다르다. 그들의 잃어버린 세월과 가정, 정신적인 피해와 충격을 보상받을 수 있는 곳은 아무 곳에도 없다는 아픈 현실을 만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신천지 신도들의 영생불사(永生不死)도 영영불가(永永不可)하다! 월간 현대종교는 이만희씨가 진료를 위해 한 병원에 출입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 병원에 온 이만희씨를 촬영한 적이 있었다. 이곳에서 촬영된 휠체어에 앉아있는 이만희씨의 모습은, 영생불사하는 보혜사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신천지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만희씨는 스스로도 이루지 못한 영생불사의 꿈을 자신의 신도들에게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의심할 여지없이 신천지 지도부의 영생불사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이미 커져버린 신천지 조직을 생각하면 수수방관하면서 그들의 거짓말이 들통 날 때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도 없는 것이 신천지 지도부가 처한 진퇴양난의 현실이다. 영생불사는 못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기득권만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신천지 지도부의 솔직한 속셈일 것이다. 숨어서 모략포교를 진행하던 신도들을 수면위로 끌어내고, 이들에게 공개포교라는 이름으로 쉴 틈 없이 헌신을 강요하는 신천지의 목적은, 신천지 신도들로 하여금, 영생불사가 영영불가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신천지 커밍아웃은 몰락의 시작이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영향력이 대단했던 이단사이비들이 순식간에 몰락하는 일들을 역사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여전히 신천지 신도들이 국내외 곳곳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들을 미혹하고 있다. 향후 일이년의 기간이 신천지 대처에 있어서 중요한 분깃점이 될 것이다. 제2의 신천지가 나타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는 한편, 교회를 수호하며 신천지 피해자들을 회복시키는 일에 교회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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