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제, 전인교육이 대안이다

둘째 아이의 초등학교 5학년 운동회 때 일이다. 학급 달리기가 있었다. 아들이 속한 조가 출발선에 섰고 출발신호가 떨어졌다. 10여 미터쯤 달렸을까 한 아이가 떠밀려서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넘어진 아이는 우리 아들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들은 달리기를 멈추고 넘어진 아이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이내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서는 둘이 껄껄 웃으며 걸어서 결승선으로 들어왔다. 운동회를 마치고 돌아 온 아이의 손에 공책이 두 권이나 들려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넘어진 친구를 도와주었다고 칭찬하시면서 공책을 선물로 주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참교육이 아닐까?
요즘 어린이· 청소년 범죄가 급증하고 교사와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 발생하는 학원 폭력 문제가 끊임없이 매스미디어를 장식하고 있다.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점차 도를 넘어 청소년들이 저지른 일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충격이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있겠는가? 누가 그들의 행복을 빼앗았는가?
요즘 정부나 교육계에서 내놓은 대안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고작 중학교 예체능 수업시간을 늘리고 경찰이 문제 학생들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과 청소년들의 필요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교회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공동체로서 사회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가지고 하나님의 나라가 모든 사람가운데 임하도록 해야 할 사명이 있다. 그런데 서로 자리다툼하느라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과 사회문제가 된 청소년들을 위한 아무런 대책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가 젖을 떼면 양육은 어머니뿐 아니라 온 가족, 온 마을이 함께 책임을 졌다. 아이는 조부모와 친척들, 그리고 이웃으로 이어지는 확장된 가족 안에서 인생에서 필요한 소중한 덕목들을 경험을 통해 습득했다. 마을 사람들이 서로 책임의식을 가지고 함께 나누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전인교육이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주의를 넘어 극도의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사회적 환경은 선의의 경쟁을 넘어 살벌하기 그지없다.
예수님의 아동기에 대해 성경은 누가복음에서 아주 짧게 언급하고 있다.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스러워 가시더라’(눅2:52). 이 구절에 대해 미국의 기독교교육학자인 하워드 핸드릭스는 ‘예수의 전인성’을 나타내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즉 지혜가 자랐다는 것은 지적성장을 의미하고 키가 자랐다는 것은 신체적으로 건강했다는 뜻이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것은 영적, 사회적(정서) 성장이 온전하게 이루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예수의 전인성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의미가 무엇인가. 예수는 그의 길을 걸었고 아버지의 뜻을 이 땅에서 온전하게 이루었다. 그는 자아 중심적 사랑에 빠지지 않고 이타적 사랑으로 세상에 정의와 평화와 생명의 씨앗을 심었다. 우리가 실현해야할 참교육은 사람이 사람들과 더불어 사람답게 살도록 하는 전인교육이다.
전인교육은 ‘얼마나 똑똑해지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가’에 의미를 두는 교육이다. 이는 학교와 부모, 마을의 시민단체와 기관, 그리고 교회(종교)가 서로 문을 열고 소통할 때 가능해 진다.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마을 공동체가 함께 할 때 가능하다. 특히 교회는 교인들의 자녀와 교회에 나오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먼저 교회의 문을 박차고 마을로 나아가 교회 밖의 아이들과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유는 내 아이가 행복해지려면 내 아이의 친구가 행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신앙교육뿐 아니라 전인교육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1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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