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춥지만 훈훈한 바람이 불어온다. 계절을 바꾸는 힘이 실린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우리의 삶과 사고에 결코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은근한 변화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에 인문학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움직임이다.
우선 텔레비전에서도 건조한 인문학 강좌의 틀을 벗어나, 재미있고 오락적인 요소를 가미해 흥미를 유발하는 인문학으로의 접근의 시간을 방영하는 변화가 감지된다. 신문을 보아도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지면을 인문학에 관련된 글이 게재되도록 할애한다. 인문학에 대한 공부도 점점 활발하다. 심지어 ‘목회자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니 ‘노숙자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니 하는 강좌가 개설되어 운영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없이는 바른 신학도, 사람이 바르게 설 수 있는 자세도 갖추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일이다.
무엇보다 서점의 변화가 시대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주의 베스트 셀러 하면 거의 틀림없이 경영학 서적이나 자기 계발서였다. 어떻게 투자를 하여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무엇에 투자하면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주식 투자 방법이다 부동산 투자 요령이다 등등 돈 버는 방법을 가르치는 책들이 쏟아져 나왔었다. 그리고 긍정적 사고다 적극적 자세다 공격적 경영이다 등등 성공하는 사람들을 모델로 하여 어떻게 자기를 계발해야 이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지를 말초적으로 가르치는 책들을 독자들은 선호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세가 언젠가부터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어느 성공한 CEO의 사무실은 서재처럼 꾸며졌다 라든지, 또 다른 CEO들은 한 주일에 책을 몇 권을 읽는데, 그것은 업무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주로 역사책이라든지 또는 소설책이라든지 혹은 철학 서적이더라 하면서 인문학 독서를 유도하는 하는 책들, 그리고 독서법과 좋은 인문학 관련 소개의 글을 담은 책들이 은근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무엇보다 얼마 전 타계한 스티브 잡스의 역할이 인문학의 가치를 높이는 상징적 계기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 시대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그는 디지털 상품의 세계를 클릭(click)에서 터치(touch)로 바꾸어 산업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주역이라 할 수 있겠다. 그 결과물을 많은 이들이 자신의 손 안에서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며 실감하고 있다. 클릭에서 터치로, 이 전환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에서 나온 것이라 한다. 클릭은 기계나 도구의 활용이지만 터치는 바로 나 곧 신체의 반응이다. 단지 손가락 끝의 활용이 아니요 내 자신이 반응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리고 반응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가 있었기에 경쟁력이 강화된 상품으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그 내용과 본질이 무엇인가? 어설프게 신학을 전공한 목회자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은 좀 부끄럽지만, 나름대로 이렇게 생각한다. 인문학이란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가 본질을 묻는 일이다. 이 일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왜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으로 연장된다. 그래서 생각하는 법과 그 가치 즉 삶의 가치, 삶의 고통, 때로는 그것이 만들어내는 슬픔과 상처의 심연을 긍정하는 힘 등등을 깊이 살피며 길러주는 영역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인문학과 신학의 차이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목회자인 나는 바로 이 인문학의 주제들을 매 주일 설교하고 있지 않은가? 성도들은 바로 그 내용을 듣고 깨우치고 있지 않은가? 인문학과 신학은 결코 둘이 아니다. 같은 문제를 함께 씨름하고 있을 뿐이다. 단지 차이점이란 인문학은 인간 그 자체를 놓고 씨름한다면, 신학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만 참 인간됨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인문학 시대인 요즈음 신학 또한 상승세를 타야 마땅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일부 사회에서 기독교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오늘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가 깊이 성찰 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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