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류가 유럽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소식이 들린다. 반가운 소식이다. 프랑스 한복판 파리에서 한국 아이돌 가수의 공연을 연장하라는 데모가 벌어지고, 영국에서도 K-pop 공연에서부터 경연대회까지 이른바 K-컬처가 휩쓸고 있다는 기사가 연일 신문과 텔레비전에 보도되었다. 반면, 어떤 분들은 프랑스 사람들이나, 영국 사람들처럼 유럽 사람들은 별 것 아닌 일에 너무 쉽게 광분한다고 애써 한류 열풍을 축소하거나 묵살하려고 한다.
나는 선교현장에서 한국 드라마, 노래에 열광하는 동남아 분들을 참 많이 보았다. 베트남 공항에서 연신 여권에 스탬프를 찍다가 조금 한가해지면 바로 공항 로비에 설치된 한국제 TV에서 방영되는 대장금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호치민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이 생각난다. 그런데 이제는 유럽까지 그 열풍이 분다고 하니 과연 우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온 나라 국민들도 즐거워하는 눈치다. 이런 사회적 현상을 보면서 목사 입장에서 요즘 교회의 목회와 선교정책에 관련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본다.
이런 저런 생각의 하나는 우리 문화가 온 세계에 통용될 수 있다는 자부와 다른 문화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우리가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문화에 대한 우월감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중문화라는 것이 우월이 있고, 열등이 있는 것인가? 아니다. 대중문화의 ‘양질’과 ‘저질’은 그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 대중문화의 선(善)은 오직 ‘시장성’이다. 또 텔레비전에서 추구하는 제 1의 가치는 상품성과 그 상품성으로 인해 도출되는 이윤추구이다. 상품성은 좁게는 오락성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문화가 양질의 문화이고, 매우 높은 수준의 문화라고 착각한다. 아니다. 재미있고, 새롭고, 전혀 듣지도 못했고,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오락성이 그들에게 먹힌 것이다.
그 기준이 시장성과 오락성에 있는데 우리는 엉뚱하게 우리 문화의 우월을 흡족해한다. 우리는 ‘잘못된 기준오류의 평가’에 매달리면서 스스로를 만족해하고 나라 전체가 우월한 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이런 일이 비단 우리나라의 한류 열풍 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구조를 가진 ‘기준의 오류’가 교회 안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교회론적 접근을 하자면 교회는 ‘사람’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세상을 복음으로 바꾸려는 주의 용사들이 부름을 받아 모인 곳이다. 그래서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전해야 하고, 사람을 지금도 주시(注視)하시는 하나님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교회 역시 기준이 전도의 대상인 사람이 아니라 돈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 교회가 말씀을 실현하고 적용하기 위해 몸부림 쳐야 하는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 프로그램으로 교회 분위기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쓸 때, 교회는 잘못된 기준을 삼은 ‘기준의 오류’에 빠진다.
옛날 초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은 줄을 세울 때, 항상 기준을 세워서 오른팔을 들게 하고선, “기준!”이라고 외치게 하셨다. 그러면 그 뒤로, 혹은 옆으로 친구들이 쭉 늘어서고, 대형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렇다. 기준이 중요하다. 그래야 대형(隊形)이 올바르게 형성된다. 기준을 잘 세워야 우리 교회가 건강하다. 그런데 우리 교회들이 지금 기준을 잘못 세우는 바람에 혼란에 빠지고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분명히 우리 한국교회가 매몰차게 사회로부터 안 받아도 되는 비난을 받는 부분도 있지만,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규모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으로 여기고, 복음을 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명성을 알리는 일에 매진한 잘못은 회개해야 할 우리의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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