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사회의 심화된 경제위기와 양극화로 어려움에 처한 가정이 급증하고 있고, 이는 사회안전망의 기능을 하는 사회복지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정 구조와 기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가정의 해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저소득층의 경우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 등으로 계속 빈곤 상태로 빈곤선에 머무르는 경우도 많지만 예기치 못한 가장의 사망이나 질병, 실직 등과 같은 위기상황으로 인한 빈곤층의 양산도 적지 않다. 얼마 전 지역 일간지에 10년 전에 어머니를 잃고 이번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남으로써 졸지에 고아가 된 5남매의 사연이 실렸다. 과로로 쓰러져 세상을 떠날 정도로 성실하게 살았지만 수천만 원의 빚만 남기고 간 부모와 상속포기가 최선인 아이들의 사연은 정말 안타깝다. 알고 보니 그 가정도 믿는 가정이었다.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으니 어느 정도 도움의 손길이 있겠지만 조만간 그 관심과 도움은 그치게 될 것이고 그 다음엔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이다. 이 경우가 갑작스레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전형적인 예이다. 그리고 IMF이후 중산층의 몰락으로 급증한 신 빈민층, 이른바 차상위라 불리는 계층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다. 어찌 보면 어느 정도 국가에서 예측 가능한 지원이 제공되는 상태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계층보다 현실적으로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사각지대 빈곤층을 2008년도 말 기준으로 37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기초생활수급자 155만 명의 두 배가 훨씬 넘는 수준이다. 따라서 앞서 소개한 위기가정이나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취약계층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적절한 사회안전망의 구축이 절실하다.
사회복지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우선 주체로서 재정을 포함한 모든 부담을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사회복지의 효과적 수행을 위해서 민간의 참여를 필요로 하게 되고, 여기에 민간영역으로 대표되는 종교계의 자발적 참여가 요구되는데 한국교회도 우리사회의 아픔과 소외된 곳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불우이웃 돕기 수준의 구빈적 형태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수준의 복지사업을 전개하고 있음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교회 복지사업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 한편으로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교회마다 영역별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양적 질적 증가에 치중하고, 국가나 지자체가 건립하거나 재정을 지원하는 복지시설 수탁운영에 관심을 집중하다보니 정작 교회 내의 계속빈곤층이나 갑작스런 위기상황으로 인해 빈곤층으로 추락한 가정에 대한 보호는 상대적으로 소홀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교회 내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경제적 어려움과 거동불편으로 결식이 우려되고 가사기능이 미흡한 독거노인세대, 여성 결혼이주민, 탈북자 등과 같은 다양한 요보호 가정에 대한 지원이 소홀해지고 또한 지원 수준도 장학금 지원이나 의료비, 생필품 지원 등의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제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의 빈곤화가 더욱 가속되고 이로 인해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정의 해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무엇보다 교회 내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 구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우선 교회 내부적으로 구역이나 교구 단위로 저소득 취약가정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교회 자체적인 보호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지자체나 전문복지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종합적이고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내 교회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이 교회를 둘러싼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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