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명예와 권력으로부터 자유하는 삶이 개혁이다
이상규 교수(고신대학교)
우리 시대 가장 흔한 말이 있다면 ‘개혁’ 혹은 ‘갱신’이란 말일 것이다. 한국교회 개혁, 혹은 갱신이란 말은 일상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여전히 개혁 되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우리 안의 치부가 노출되고 있고, 심하게 말하면 일반 신문에서조차 우리의 벗은 모습이 혼란의 성시를 이루고 있다. 어떤이는 한국교회가 개혁되어야 할 정도가 아니라 척결의 대상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한국기독교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차갑고 조롱에 가깝다. 신자들이 신뢰받기보다는 불신을 당하고 있고, 교회 공동체는 이익 집단처럼 인식되고 있다. 우리의 은밀한 내면을 돌아보면 개혁을 말하는 나 자신부터가 사실은 개혁이 대상이라는 점이다. 다른 이를 말하기 전에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부터 그러하다는 점을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우리 마음 은밀한 공간에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가? 세월의 훈계를 마다하고 세욕을 추구해 온 분분(紛紛)한 욕망이 그리스도인다운 분분(芬芬)을 소멸하지 않았던가? 작은 영예를 구하는 욕동을 숨겨둔 채 허사(虛辭)를 남발하며 허사(虛事)를 구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지내온 여정을 되돌아 볼 때, 인간의 내면에는 물질에 대한 탐욕, 권력에 대한 야망, 명예에 대한 욕망이 항상 있어 왔다. 이 세 가지가 인간 행동 양식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었다. 이런 저런 고상한 이유를 들먹이지만 따지고 보면 부와 명예와 권력에 대한 추구가 우리 내면의 진정한 동기가 아니었던가? 이 3가지 욕구가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과도한 경쟁과 대립을 유발하고, 불의한 방법으로라도 목표를 이루려는 마성(魔性)을 단련시키며, 심리적이든 물리적이든 남을 헤치고 상해하지 않았을까? 결국에는 이런 전이(轉移)가 순일(純一)한 믿음마저 저버리고 개인과 조직 혹은 집단을 부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역으로 말해서 우리가 부와 명예와 권력으로부터 조금만 자유하면 ‘평화로운 행복’((Beati Pacifici)을 맛볼 수 있고 외인에게도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3가지는 마치 아편과 같아서 포기하기 어렵다. 베네딕트수도원이 청빈의 이상을 가지고 수도적 삶을 다짐했으나 물질적 부는 정신을 흐리게 하였고 결국 본래의 수도정신에서 이탈하여 13세기에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탁발수도단체들이 생겨나게 되었던 일도 한가지 사례가 된다. 탁발수도회가 소유나 물질로부터 완전히 자유하기 위해 걸식의 삶을 추구했지만 이런 형태가 물질을 향한 인간 욕망을 완전히 제어하지 못했다.
권력에의 야망도 다르지 않다. 일단 권력을 맛본 사람은 그 권력을 본능적으로 추구하게 된다. 그래서 아프리칸-아메리칸 시인인 랭스톤 휴즈는 권력을 주도하려는 욕망을 권력 음란증, 혹은 권력 색광(色狂), nymphomaniacs of power)이라고 불렀다. 권력에는 플라톤이 말한 바처럼 ‘플로오넥시아’ 즉 마실수록 갈증이 더해지는 바닷물처럼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의 속성이 있다. 그래서 일단 권력을 잡으면 이를 유지하고자 발버둥치고, 반대로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이는 이의 찬탈을 노린다. 이런 과정이 인간성을 앗아가고, 상대를 적과 아군으로 구분하고 과도하게 호의를 베풀거나 적대시하기도 한다.
명예에의 욕구 또한 동일하다. 우리 가운데 높은 자리에 대한 욕망이 얼마나 위력을 지니고 있는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명예는 권력과도 직결되어 있고, 부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 3가지는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독점하고자 한다. 심지어는 부당한 방법으로라도 이를 확보하고자 한다. 이런 인간행태가 개인과 조직, 그리고 교회를 속화시키고 결국 세상으로부터 멸시를 당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것이 오늘 한국교회와 교회 지도자들의 모습이다. 교회지도자가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사설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자족하는 삶과 섬기는 삶의 양식, 곧 부와 권력과 명예로부터 자유할 때 진정한 개혁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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