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과 경건으로 출발해야 할 새해가 우리 기독교계의 헛발질과 독선적인 행태로 천근만근 무겁게 시작되었다. 소위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통제 불능 행태를 핵폭탄 맞은 듯 가만히 쳐다만 봐야 되는 것이 참담하다. 대형교회는 대형사고 치고서도 탄탄하지만 그것 때문에 한국교회 전체는 큰 상처를 입는다.
열거하기조차 부끄러운 일이다.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갈등과 폭행, 선교비 횡령, 자녀 교육비 과다 지출, 한국 교계를 대표하다시피 하는 한기총 대표회장 인준에 따른 금권선거와 사회법정 고소, 거기다가 교계 원로의 대통령 하야 발언과 낙선운동 등 줄줄이 터지는 사고를 보면서 가슴 조이는 판에 과히 사고의 결정판이라 할 대형사고가 또 터져 버렸다.
며칠 전 조간신문과 방송마다 제43회 국가 조찬 기도회 시 대통령 내외분이 무릎을 끓고 기도하는 장면을 머리기사로 보냈다. 교계 신문들도 자랑하듯 톱기사로 실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한민국이 기독교 국가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장로라 할지라도 그 자리에는 장로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신분으로 참석한 것이다. 어떻게 즉흥적으로 모든 참석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기도하자고 할 수 있는가? 교회 안에서 교인들만을 위한 행사라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비록 국가 조찬기도위원회가 주최한 행사라 할지라도 그것은 교회만의 행사라고는 할 수 없다. 만일 무릎을 꿇지 않았다면 천만 기독교인이 ‘대통령이 하나님보다 높으냐?’며 온갖 비난을 할 것이고, 무릎을 꿇으면 3,500만 비기독신자들이 ‘이 나라가 기독교 공화국이냐?’며 기다렸다는 듯이 화살을 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소위 장로 대통령이라면 기독교계가 보호하고 조용히 기도해 드릴 일이지,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이 심하다며 사사건건 반발하는 종교도 있고 안티 기독교도 그 세를 확장해 가는 터에 이 무슨 수치인가? 왜 장로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드는가? 차라리 무릎을 꿇고 참회하려거든 기도회 인도자가 ‘자신이 교계를 멍들게 했으니 무릎 꿇고 기도하겠다.’는 것이 맞지 않을까? 만일 타종교에서 국가를 위한 기도회에 대통령이 참석하여 절을 하거나 무릎을 꿇어야 하는 분위기라면 장로 대통령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근래 일본이 대지진과 쓰나미로 상상을 초월한 참상을 겪고 있다. 그것을 보고 교계 원로가 ‘하나님의 심판과 경고’를 얘기함으로 또 한 번 민심에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사람을 심판할 자격과 능력을 주시지 않았다. 심판은 그분의 영역이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과 징조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깨달아 가는 것이지, 어느 특정한 지역이나 사람에게 국한된 심판으로 정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일반 언론들도 ‘일본 침몰’, ‘일본 붕괴’하는 용어를 서슴지 않고 쓰고 있다. 너무 공격적이고 선정적이다. ‘일본, 힘내라’ ‘일본, 재기할 수 있다’ 그렇게 기사 제목을 쓰면 안될까? 사람이 죽어 산을 이루고 있는데, 꼭 그런 제목을 붙여야 하나? 물론 우리는 하나님의 최후 심판을 믿는다. 그 심판의 기준이 예수 믿는 믿음이라는 사실도 믿는다. 그럼에도 교회는 우는 이들과 함께 울고 웃는 이들과 함께 웃어야 한다.
또한 우리 기독교인들의 자기중심적인 자세도 고쳐야 한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전에 할렐루야 프로축구단이 창단되어서 기독교인 뿐 아니라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나중에 성남에서 일화 축구단이 창단하려 할 때에 교계는 총동원하다시피 하여 반대 하였다. 남이 하면 이단침투요, 내가 하면 스포츠 선교인가? 그렇게 반대하려면 먼저 할렐루야 축구단부터 해체하는 것이 순서 아닐까? 우리 기독교인은 구원의 도를 가는 자이다. 좀 여유 있게 멀리 보고 가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독선적 행태가 부메랑이 되어서 우리 자녀들이 앞으로 기독교인이라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사회에서 배척받을 수도 있다. 세상은 신자와 불신자가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므로 서로 존중하고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핍박을 받고 있는지 비난을 받고 있는지를 엄밀히 성찰해야 한다. 일제시대의 한국교회는 분명 핍박을 받았다. 예수 때문이라면 순교라도 마다하지 않고 가야겠지만 우리들의 잘못된 행동 양식 때문에 비난 받고 있다면 고쳐야 한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 슈퍼마켓이 없어진다면 사람들은 아쉬워할 것이다. 만일 우리 동네에 교회가 없어지면 아쉬워할까? 시원해할까? ‘왜 교회가 이전하느냐?’며 말리고 아쉬워하는 교회로 만들어 가야한다. 지역사회를 섬기며 그들과 함께 할 때 그것은 가능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