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 프랑스 격언으로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nobless)만큼 의무(oblige)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을 의미하며 특권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고 고귀한 신분일수록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도 사회지도층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는 사회지도층의 부도덕한 비리와 잡음으로 한국사회의 지도층은 그 권위를 되찾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한국사회에서는 부자는 있지만 귀족은 없다. 지도층은 있지만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도덕적 덕목을 갖춘 인물이 드물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얼굴 없는 천사’로 알려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아너 소사이어티’의 기부자들의 면모를 보면 그래도 한국사회는 희망이 있다는 흐뭇한 느낌이 가슴 뿌듯하게 서려온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려는 덕목을 실천하는 1억 이상의 기부자들의 면모를 보면 한국사회에 단비 같은 희망이 엿보인다. 뿐만 아니라 지난 16일 선종 2주기를 맞는 김수환 추기경의 삶의 흔적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감동을 더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욕심 없는 사랑의 나눔과 겸손으로 일관된 삶이 남긴 감동과 향기의 여운 덕택이라고 여겨진다. 스스로 사랑의 바보가 되기를 원하고 실천했던 그분의 덕목은 무엇일까? 그 누구도 내치거나 차별하지 않고 골고루 배려하고 마음 써주는 보편적인 사랑, 손해 볼 준비까지 되어 있는 너그러움, 그리고 약자를 먼저 배려하는 행동을 언제 어디서나 서슴없이 할 수 있었던 그 따뜻한 용기가 아닐까 싶다. 생전에 만남의 기회를 가졌던 분들은 추기경을 만나면 대화자체가 소탈하고 편안해서 부담 없이 즐기게 되더라고 한다. 우리 모두의 모습에서도 자신을 낮출 줄 아는 겸손함, 단순함, 솔직함으로 편안함과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지니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한편으로 최근 이태석 신부를 주인공으로 한 추모영화 ‘울지마 톤즈’가 온 국민의 가삼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고 있다. 어떤 이는 그를 수단의 슈바이처라고 불렀고 심지어 살아있는 예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비극의 땅인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라고 하는 곳에서 소외된 자들을 위해 몸소 실천한 헌신과 그의 죽음은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이들의 가슴에 미어지는 슬픔과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우리가 하지 못한 일을 몸소 실천한 김수환 추기경이나 이태석 신부의 생전에 이루었던 아름다운 삶은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줄 뿐만 아니라 감사를 하게 된다. 사실 우리 개신교에도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예수님만을 사랑했던 신앙인들과 주의 종들, 그리고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며 걸어간 분들이 헌신으로 오늘의 한국기독교의 토양을 만들고 부흥의 기틀을 쌓았다. 하지만 최근 한국교회를 어둡게 하는 사건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교회내의 폭력, 목회자의 윤리문제, 교권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 무리한 교회재정의 운용 등은 한국교회를 깊은 수렁으로 몰아 넣고 있어 우려가 많이 된다.
이즈음 한국교회는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한다. 구습을 되풀이 하지 말고 새마음, 새사람, 새생활로 그리스도의 마음을 닮아야 한다.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쫓는 옛사람을 벗어 버리고 오직 성령으로 새롭게 되어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사람을 입으라(엡 4장 22-24절)’는 말씀을 되새겨 봐야 한다.
내일을 향해 바라보는 것만이 희망의 전부는 아니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 씨앗을 뿌리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희망이라는 어록을 상기해 본다. 한국교계도 하나님 앞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 그리스도인다운 용기를 가지고 사는지, 주변과 후세에 자랑스러운 유산이 되는 삶을 사는지를 되새겨 보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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