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기로 언 땅을…
늘 그러하듯 한해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중 하나를 들라면 부산교계와 함께 범교단적으로 추진하려했던 북한신의주수해지원사업의 무산을 들고 싶다. 북한이 핵카드를 빼든 것도 모자라 천안함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도발행위을 자행하더니, 급기야 한반도 전체를 전쟁일보 직전의 상황으로 몰고 간 연평도피격사건으로 추진 중이던 지원사업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낙담한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하여 신의주수해지원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계획대로라면 올 상반기 중에 교계모금분을 부산광역시의 남북협력기금 중의 일부와 민간모금 분을 합쳐 교계대표단과 함께 신의주수해지구에 가서 직접 전달할 예정이었다. 그동안 총회를 중심으로 교단별 지원은 있었으나, 이일이 성사되었다면 부산에서 신의주 피해지역으로 직행한 첫 번째 사례가 될 뻔 했기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이처럼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케 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 해답은 단순치 않다. 아무리 이념과 정파를 떠나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도 보는 각도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하고 때론 극심한 논쟁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와 역사적 배경이 다른, 아일랜드 대기근과 토니블레어의 사과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1847년에 감자마름병이 발생해 800여만 명의 아일랜드 인구 중 200만 명이 사망하고 200만 명이 해외로 이주하여 아일랜드의 인구가 절반으로 감소하는 재앙에 직면했다. 인접국으로서 지원에 냉담했던 영국인들을 대신하여 150년이 지나도 식을 줄 모르는 적개심이 가득한 아일랜드국민 앞에 토니 블레어총리는 머리를 조아렸다.
북한의 식량부족분은 매년 150만 톤으로 추산되는데, 2010년 국제엠네스티 연례보고서에 의하면 ‘북한 인구의 3분의 1인 900여만명이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북한의 5세이하 유아 중 영양실조로 인한 저체중 비율은 17.8%에 이르고, 5살 이전 사망자는 1천명당 55명에 해당하는 심각한 수준임’을 세계은행 세계발전지수 2010 보고서는 밝히고 있어 유난히 재해가 많았고, 추웠던 올겨울과 ‘보릿고개’를 어떻게 넘길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고난의 행군까지는 아니더라도 또 몇 십만의 아사자가 생길지 걱정이 앞서는 이유이다.
우리에겐 독일교회 경험도 소중하다. 서독교회는 동독교회를 순수하게 물질적으로 도왔다. 물론 서독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동독정부의 묵인 또한 일조를 했지만, 몇 가지 원칙은 고수했다. 언제나 명목 있는 도움으로 받는 상대방의 자존심을 지켜주었고, 단 한 번도 도와준 돈의 사용처를 확인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도와주었다. 이러한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공산정권을 연장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서독교회의 재정지원은 동독교회의 존립케 하고, 복음전파를 가능케 했으며, 유물론적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토대를 만들어 결국 동독공산정권의 붕괴를 재촉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되었을 때 이러한 동서독의 굳건한 유대관계는 정치적으로 분단된 동·서독을 더욱 공고히 묶어 주는 고리 역할을 하여 이 정책이 옮았음을 보여주었다.
외신을 타고 혈맹인 미국에서조차 한국의 강경일변도의 정책에 우려를 표하는 형국이다. 억울하지만, 굶주리는 북한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다. 교계가 중심이 되어 남북 동족간의 나눔운동을 통하여 동토(凍土)의 땅을 사랑의 온기로 가득 채워 민족통일과 민족복음화를 앞당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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