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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기의 전설적인 인물로 항해와 도강의 수호성자로 알려진 크리스토프는 체신이 크고 우람한 장사였을 뿐 아니라 심성이 곱고 착하였다. 그는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한 후 예수님처럼 이웃을 위하여 헌신 봉사하는 일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무슨 일을 할까 궁리하다가 국경지대에 있는 큰 강가에 장막을 짓고 도강하는 사람들을 업어 건네주는 일을 시작하여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무렵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데 남루한 행색의 한 소년이 찾아와 강을 건네주기를 부탁하였다. 그러나 그새 강물은 점점 불어나고 물살이 거세어지고 있어 사람을 업고 강을 건너는 일은 아주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크리스토프는 그 밤을 지내고 날이 밝고 강물이 잔잔해지면 건네주고 싶었지만 소년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지 뜻을 굽히지 않기에 소년을 어깨에 얹어 목마를 태우고 거친 강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물살이 센 곳으로 나아갈수록 아이가 어찌나 무겁게 어깨를 누르는지 강 한 가운데 쯤 왔을 때에는 마치 큰 쇳덩어리가 짓누르는 듯했고 땅덩이라도 업은 듯이 무겁게 느껴져 한 발자국도 떼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그의 몸이 그 거친 물살에 흔들거리거나 넘어지지 않고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드디어 강을 건너고 소년과 헤어진 후 가슴이 뿌듯해졌을 때 주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크리스토프야, 너는 나를 업었으므로 거친 강을 함께 건널 수 있었느니라.”
이 일화는 연말과 성탄을 앞둔 시점에서 또한 차안에서 피안으로 거친 물결을 헤치고 건너가야 할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주님이 무거운 짐을 다 맡기라고 말씀하셨다고 해서 주님을 그저 지게꾼이나 포터 정도로 생각하고 나는 편해질 궁리만 해서는 안 된다. 주님에게서 나의 이익만 챙기고 당나귀 등에 올라 타듯하고 가면서 주님과 동행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주님은 따르는 제자인 우리에게 각자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다. 분명히 은사대로 짊어진 십자가는 짐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교회로부터 각종 직분을 받고 성수주일, 기도, 선교, 교육, 봉사, 구제사업 등에 헌신 봉사하는 일은 때로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 주의 일을 벅차게 느끼는 자들의 일의 부담회피, 또는 부담을 덜어주는 교회로의 수평이동은 대형교회로 향한 또 다른 양상이다.
깊은 물속을 탐색하는 다이버들은 떠오르거나 가라앉지 않고 자유자제로 헤엄칠 수 있도록 적당량의 무게를 지닌 것을 몸에 부착한다.
거친 물결이 흐르는 세상을 건너가려면 주님을 업듯이 반드시 사명의 십자가를 메어야 한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고 넘어져 침몰하지 않고 구원의 언덕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닥친 각종의 무거운 사명의 짐과 근심 걱정을 떨쳐버리려 하지 말고 크리스토프처럼 그리스도를 업든지 안나와 같이 아기 예수를 품에 안던지 몸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신앙의 무게 중심을 껴안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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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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