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모르게 이 땅에 명품 바람이 불었다. 프랑스제 화장품이 외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여인들의 소품으로 조용히 자리 잡더니, 이제는 옷, 가방, 신발, 필기구, 액세서리 등등 갖가지 명품이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들어왔다. 이는 우리의 국민소득이 증대되고 해외로 여행하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자연스레 이루어진 현상 중의 하나이다.
품질이 우수한 물건을 소유하는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누구나 그렇게 하길 원하는 것이다. 각자가 자기 소득에 맞도록 물건을 구매하기 때문에 필요와 형편에 따라 좋은 물건을 사서 쓸 수 있다. 명품은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어 국내 기업들도 그와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발전을 꾀하도록 유도하는 자극제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휴대폰과 가전제품들이 이미 세계 시장에서 명품으로 인정되어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문제는 겉은 번지르르하게 명품으로 가득 둘렀으나 속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화려하게 치장한다 할지라도 삶에서 명품에 걸 맞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것은 정말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적지 않다. 교회 내에서도 명품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간혹 보이는데 정말로 안타깝다. 비록 명품을 하나도 걸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삶이 그리스도를 닮아 아름답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명품 인격을 지닌 것이 아닐까?
홍콩에서 믿음생활을 하는 ‘명품 성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작년 여름에 홍콩의 한 교회에서 이틀간 간증집회를 인도한 적이 있었다. 집회 후에 그곳 성도들과 교제를 나누면서 개인적으로 큰 도전을 받았다. 남자 집사님들의 목소리가 대부분 쉬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들이 매일 같이 하나님께 부르짖어 그런 목소리를 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그곳의 무한경쟁 사회에서 세상의 방법을 따르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방법으로 살고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아시다시피 홍콩은 영국이 자기 나라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무한경쟁 경제체제를 구축한 곳이다. 따라서 그곳에는 독점이나 과점에 대한 제약이 전혀 없다. 누구든지 하루 만에 회사를 차릴 수 있고, 그 회사가 경쟁력이 있다면 그 사회에서 살아남게 된다. 물론 종업원의 파업이나 태업도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사업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은 자기 책상에서 연필 하나도 챙기지 못하고 해고자가 걸어가야 하는 선을 따라 당장 근무지를 떠나야 하는 것이 그들의 직장 생활이다. 퇴직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대부분 한 달분 봉급이고, 아주 좋은 경우에나 두 달분을 받을 뿐이다. 그러므로 모든 직장인들은 한 달만 보장되는 계약직으로 종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곳에서 금융계에 종사하는 여러 성도들의 삶에 대해 듣게 되었다. 홍콩의 큰손들의 자금을 관리해 주는 그들이 세상적인 방법으로 성공하려면 함께 술자리에 참석하고, 골프를 치면서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철저하게 신앙으로 무장하여 집, 교회, 직장을 돌면서 하루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특별히 잠언의 말씀을 매일 같이 나누면서 하나님의 지혜를 얻어 자금을 투자하며 운용하였고, 그 결과 각자가 세계 굴지의 금융회사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세상이 감당치 못할 남자 집사님들!
다사다난했던 2010년도 이젠 몇 주가 남지 않았다. 우리의 삶이 그동안 주님 보시기에 명품으로 살았는지, 거저 사람들에게 보이도록 명품 치장에 바빴는지, 자신을 깊이 점검해 볼 때다. 모두가 홍콩의 ‘명품 성도들’과 같이 살면서 한 해를 멋지게 마감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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