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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덕 목사
(샘터교회, 샘터교육문화원)
요즘 우리 사회에 새롭게 이슈가 되는 단어를 하나가 있다. 바로 ‘공정(公正)’이라는 말이다.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언급했고 이어서 지난 5일 장·차관 워크숍에서도 ‘이번 정권 하에서 대한민국이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매우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했다. 국민들은 대통령으로서 남은 임기동안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터지고 말았다. 새 내각에 지명된 국무총리 후보자와 몇몇 장관후보자들이 공청회에서의 거짓말과 공인으로서 불법을 행한 일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무더기로 자진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공정 사회 건설’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의심스러워하던 국민은 다시 한 번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직 외교통상부 장관 딸이 특혜를 받고 채용된 사건이 들통이 난 것이다. 국민들이 이번에는 절망이 아니라 분노를 하고 말았다. 과연 우리 사회는 공정할 수 없단 말인가? 속단하지 말고 좀 더 진지하게 토론해야 할 일이다.
‘공정’이란 무슨 뜻인가 사전을 찾아보았다. 국어사전에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라고 되어있고 영어 사전에는 ‘justice, fairness’으로 나타나있다. 공정은 정의(正義)와 상통하는 단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최근에 하버드대학교 교수인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30만부 이상이 팔리면서 우리 사회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이 그만큼 정의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는 공정거래, 공정무역이라는 말이 익숙하다. 공정무역이란 선진국이 후진국의 원료와 제품을 적정가격을 주고 지속적으로 구입해 생산자와 노동자의 생활을 개선시키려는 국제적 사회운동이다. ‘공정 사회’라는 말이 ‘공정 무역’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공정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최근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공정한 사회는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요, 개인의 자유와 개성, 근면과 창의를 촉진하는 사회이며, 패자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는 사회’라고 밝힌바 있다. 공정 사회란 모든 경우와 대상에게 차별이 없고 능력에 따라 기회가 부여되면서도 약자를 배려하는 정서와 문화가 기반이 되는 사회를 말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국민이 바라는 것들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강자의 논리, 기득권층의 전횡, 공직자들의 부도덕성과 권력의 비리마저 묵인되는 공정하지 못한 사회를 키워 왔다. 학교 현장에도 교사와 학생들에게 실적과 성적에 따른 차별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고 교회에도 후임자 선정과 같은 일처리에서 공정하지 못한 일들이 만연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내어놓은 ‘공정한 사회 건설’이 그저 선언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정부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정당한 제도와 룰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국민들의 의식의 변화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예컨대 요즘 은행에 가면 도착한 순서대로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린다. 전광판을 보면서 1시간을 별 불만 없이 기다려 일을 본다. 그러나 그 시스템이 고장이 났다고 하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이크로 순서를 부르지만 잘 알아들을 수 없어 여러 명이 몰려든다. 그리고 1분도 참지 못하고 불만을 토로하며 아우성을 치고 말 것이다. 공정한 룰이 적용되면 자연스럽게 국민의식은 따라간다.
둘째로는 공직자와 공인들의 정직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다. 국민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정하고 거짓이 없어야 한다. 성경에 ‘여호와는 의로우사 의로운 일을 좋아하시나니 정직한 자는 그의 얼굴을 뵈오리로다(시편11:7)’했다. 우리가 정직해야 할 이유에 관한 말씀이다. 정직하지 못한 지도자는 결코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 정보사회에서 거짓에 대한 비밀은 더 이상 지켜지지 않는다. 21세기 사회적 경쟁력은 투명성에 있다. 공정성은 정직성과 투명성 위에 피어나는 꽃이다. 공정한 사회는 모든 국민의 꿈이다.
‘한 사람이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한다. 공정한 사회를 가꾸어 다음 세대에게 떳떳하게 물려주는 어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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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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