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나누어야 하나?


윤창용 목사(동광교회)


요즘 각 종교단체의 행사는 온통 ‘나눔’일색이다. 참 좋은 현상이다. 나눔은 우리 주님이 십자가상에서 자신의 몸을 버리신 것이 그 모델이다.
이 땅에서 사역을 하실 때 주님은 기득권을 가지고 있었던 제사장과 바리새인들의 형식과 외형적인 신앙을 통렬하게 꾸짖으셨다. 나누지 못했기 때문이다. 먼저 그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지 못했다. 백성들을 판단하고 정죄하기 이전 마음을 열고 하나님의 사랑과 법을 지키는 자리로 백성들을 인도해야 했다.
그러나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은 마음을 나누지도 못하고, 법을 지키는 자리로 백성들을 인도하기 보다는 법을 지키지 못한다고 야단만 칠 줄 알았다. 그들의 사명은 판단하고 심판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심판받지 않게, 하나님께 야단맞지 않게 인도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그렇다면 종교의 본질이 나눔인가? 나눔은 방법일 뿐이다. 하나님의 구원을 이루기 위해 예수님께서는 목숨을 나누어 주는 방법을 택하셨다. 그 어느 종교의 본질도 나눔이 아니다. 종교는 현상에 매달리려고 추종하는 것이 아니다.
종교는 존재에 대한 물음과 ‘나’라는 실재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하면서 생명을 취득해 가는 작업이다. 그래서 기독교는 ‘구원’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불교에서는 ‘해탈’을 말하면서 우리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생명 경외를 말한다.
작금 어찌된 일인지, 기독교건, 불교건 너도 나도 다투듯이 나누고, 구제하는 일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는 것 같다. 세상이 어려운 이유도 있고, 그동안 너무 종교가 나누는 일을 소홀히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신문들도, 방송들도 나누는 일을 하는 것이 종교의 근본인양, 그리고 종교인들의 본분인양 이야기하는 것에 식상도 나지만 참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누는 일을 하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고, 잘했다고 너도나도 칭찬일색이다. 정말 잘 한 일인가? 그것은 아니다. 당연히 해야 일을 한 것뿐이다. 혼자 기도하는 일, 말씀을 묵상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종교행위로서 무가치한 일처럼 여기고 있다.
정말 그럴까? 특히 우리 기독교는 먼저, 내가 얻은 기쁨과 생명을 나누는 것이 순서다. 얻은 기쁨도 없고, 생명도 없으면서 나누는 일은 그야말로 공허한 자기 과시나, 신앙의 허영이기 일쑤다. 그래서 용두사미가 되는 일이 너무 많다. 나누는 일은 내가 얻은 주안에서의 생명을 나누는 일이 우선이다. 그 안에서 얻게 된 기쁨을 나누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신자의 마땅한 도리이다.
이 나눔이 의미 있는 나눔이 되기 위해선, 내가 절대자 앞에서 먼저 신실하게 서는 작업을 해야 한다. 신 앞에서 내가 얼마나 솔직하고 정직한지를 점검해야 한다. 나는 절대자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으며 어떤 인간인지를 돌아보는 시선을 지녀야 한다. 그동안 자신을 향한 시선만 가졌다면, 이제는 돌아볼 줄 아는 시선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진정한 나눔의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
나눔을 위한 나눔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나눔은 생명의 나눔이다. 내 능력을 나누는 일, 나의 우월함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을 나누는 일이 우선이고, 그 일을 우리는 해야 한다. 그 작업이 우선이다.

201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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