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익 장로(본보 논설위원, 조선대 교수 역임, 성서경제학 저자)
개신교가 우리 한국 땅에 들어온 지는 130년이 안 된다. 이 땅에 천주교가 전래된 100년 후 즈음 1885년 4월 5일 부활절 아침 미국북장로회 선교사 H. G. Underwood 목사가 서울에 새문안교회를 그리고 미국북감리회 선교사 H. G. Appenzeller 목사가 정동감리교회를 설립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10:17).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행16:31). “믿고 세례를 받은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요, 믿지 않는 사람은 정죄(定罪)를 받으리라”(막16:16)고 성경은 말한다. 구원에 있어서 복음을 듣는 것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런즉 저희가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 듣지도 못한 이를 어찌 믿으리요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롬10:14). 하여 전하는 복음이 없었기 때문에 들으려 해도 들을 수 없었던 사람들, 예컨대 우리나라 5천년 역사상 복음을 못 듣고 죽은 자들이 예수님이 계신 것조차 몰랐는데 예수 안 믿었다고 영원히 지옥에 가서 그 영혼이 살아야 한다면 너무나 억울한 일이 아닌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신학적으로나 변증학적으로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보수적 프로테스탄티즘·복음주의 입장에서는 성경해석학(Hermeneutics)상 성경을 “신앙의 유일기준(Sola fidei regula)“으로 보고, 성경이 말하는데 까지만 말하고 성격이 침묵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때문에 사도 Paul이나 1517년 종교개혁을 주도했던 M. Luther의 핵심교리인 이신득의(以信得義)의 교리에 의거 1536년 출판된 John Calvin의 「기독교강요(Institues of the Christian Religion)」나 1643년 작성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제33장 최후의 심판 그리고 1986년 만들어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헌법 제5부 대한예수교장로회 신앙고백서 제10장 종말에서도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언급이 없다. 또한 세계기독교회사적으로 봐도, 니케아 종교회의는 그리스도가 참 하나님이라는 교리만을 다루고, 콘스탄티노플 종교회의는 성령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에베소 종교회의는 그리스도가 두 인격이 아니라 한 인격이심을, 칼케돈 종교회의는 그리스도가 하나의 본성이 아니라 인성과 신성 두 본성을 가지셨다는 사실을 다룬다. 이같이 역사상 중요한 종교회의의 교리도 전체 기독교 신앙을 포괄하지 못한다.
우리 개신교에서는 한 번 지옥에 간 영혼은 영원히 거기에서 나오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눅16:26,영계왕래불가). 개신교는 타종교와는 배타적이다. 죽은 자가 구원받았느냐, 구원 받지 않았느냐는 하나님께서 결정하신다. 교리가 결정하고 신앙전통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죽은 자가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것은 인류이성의 보편적인 희망이다. 특히 생전에 신앙을 가지지 않고 살았어도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개신교를 제외한 모든 종교들의 교리이다. 심지어 천주교는 성경을 문자(文字)적으로 해석하여, “그가 또한 영으로 가서 옥(phylake)에 있는 영들에게 선포하시니라”<벧전3:19>와 “이를 위하여 죽은 자들에게도 복음이 전파되었으니 …” <벧전4:6>의 말씀과 연옥이론을 도입, 지옥에 가 있는 자들도 구원의 길이 있다는 교리이다.
예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신다. 개혁교회 전통에 믿지 않고 죽은 자를 위한 기도는 없지만, 목회양호 차원에서는 가능하다고 본다. 이제 한국교회는 세상의 마지막 희망으로 우뚝 서야 한다. 국내전도는 물론 세계선교 1등 강국으로 지향해야 되는 마당에, 죽은 자에 대한 희망을 지옥에 영원히 묻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 땅의 교계 지도자 중 그 어느 분이 Moses처럼 하나님과 대면, 대화하셔서, 복음을 듣지 못하고 죽은 영혼들이 예수님을 알게 하고, 구원받게 할 방법의 교리를 선언하는 가칭 「서울 종교회의」를 주도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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