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구 사무총장(부산YMCA)
마을의 재발견
우리 속담에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근 저희 고민이 이것입니다. 군대 간 아이가 복학을 하면 과연 내 고장 부산에서 공부를 마치고 이곳에서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해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이러한 고민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학입시가 그것이지요. 우리가 자라던 그때, 돈이 없어서도 그렇고, 학생정원도 적어 대학가기가 정말 어렵다던 그 시절에도 부산에는 서울 아니 전국에 견줄만한 대학과 학과가 몇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대학진학율이 80%를 웃돈다는 요즘 우리 애를 대학에 보내려니 전국대학은 이미 서열화 된지 오래고, SKY라는 몇몇 대학을 선두로 ‘서울에 있는 대학’과 ‘그 외 대학’으로 분류 된지 오래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이 지역가꾸기를 전개하게 된 이유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나뿐이 아니었습니다. 부산YMCA가 전개한 ‘교회와 함께하는 지역가꾸기’란 캠페인에 참가한 한 목사님의 고백이 적나라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교인들을 신앙 안에서 잘 양육해 굿 크리스천으로 키워놨더니 경제적 여유만 되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철새처럼 떠나는 교인들을 보면서, 교회가 속한 내 지역, 내 마을이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여 ‘좋은 동네 만들기 목회’를 결심하게 되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고슴도치 딜레마
이 캠페인 중에 만나본 대다수의 목회자들의 고민은 이런 것 같습니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과연 어떻게 ‘사랑할까?’하는 방법의 문제와 그러한 방법으로 목회를 했을 때 교회성장에 과연 도움을 줄까? 하는 실효성의 문제였습니다. 일부 통계에 의하면 말씀과 전도 위주의 정책을 견지해온 교단과 교파가 사회적 참여와 사회봉사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교단과 교파에 비하여 더 성장한다는 보고도 있고, 또 한쪽에선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무시할 수 없다는 고민으로 일종의 ‘고슴도치 딜레마’에 직면해 있는 것 같습니다.
고슴도치는 어떻게 사랑을 나눌까요? 너무 사랑해 가까이 가면 서로 찔리고 찔러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사랑의 아픔이 두려워 떨어지면 서로의 체취를 느낄 수 없어 냉랭하니, 사랑을 느끼면서 찌르거나 찔리지 않는 적정한 거리, 일종의 사랑의 기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를 위하여 제2기 교회의 지역가꾸기 운동을 제안합니다. 다행히 지난 한해 한국기독신문이 이 문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여 본회와 함께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교회의 지역가꾸기 켐페인’을 전개하여 알리는데 주력하였고, 많은 성과를 거둔바 있습니다. 그 결과 일종의 마을의 재발견이랄까? 막연히 ‘네 이웃이 누구냐?’라면 그 이웃은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곳, 곧 우리동네다!’라는 선까지는 온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다음 단계로 국·내외 사례를 발굴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공유하고, 이 캠페인의 사역자를 세우고 교육하는 일과 그들과 함께 주민조직을 넓히는 일, 그 다음단계로 네트워크(관계망)를 넓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일을 펼치겠습니다. 교회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교회의 높은 담을 헐고, 교회 밖에 나와 하나님나라를 넓혀 가는 이번 일에 적극 나서주기를 기대하며 많은 교회의 기도와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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