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경쟁시대인데

박충렬 목사(마산삼일교회)

“입 닫아, 바람소리 안 들려” 우리라면 이렇게 했겠지만 장흥래 화백은 “입을 닫아 주세요. 바람소리가 안 들려요?”라고 했다. 그는 지방 TV 방송사에서 박수 받으며 정년퇴임했다. 6학년 2반에 평소하고 싶었던 그림그리기를 낙으로 삼더니 드디어 일냈다. 3년 지난 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유명 국립미술학교에 입학 허락을 받아버린 것이다. 유학 생활 후 증진을 거듭하더니 국전에서 입상하였다. 그의 개인전에 참석한 교우는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생동감과 미세한 텃치에 매료한 후 “너무나 사진 같다”는 말로 무식을 토하고 말았다. 그의 간절한 바람은 상화를 그리는 것이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그런 세계적인 그림들처럼 그렇게 감동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는 신학교 교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앙의 고수도 아니다. 잡사라고 자칭했지만 찬양을 좋아하였고 당연히 대원으로 봉사하기를 즐겨하였다. 나이를 초월한 아이 같은 생각은 7학년 7반임에도 청바지에 빨간 티를 입고 바람 소리를 듣기 좋아하는 아이 같은 마음의 소유자이다.
고신대 신학과 교수들이 또 일냈다. 총장 선출에 대한 저들의 입장이라며 총장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저들은 “학교의 어떤 혼란을 야기하기 위함이 아니라”고, 또 “학교의 근본과 정체성을 파수하기 위한 우리 본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저들의 이런 입장 표명자체가 혼란을 야기함이며 자신들의 근본과 정체성을 깨뜨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총장 선출은 기록에 남을 지난한 과정을 거쳐 겨우 봉합된 사실이며 그러다가 결국 만장일치로 결정되었음을 안다. 그들의 이런 문제제기는 결국 그런 선출의 지난함의 직간접의 원인제공자임을 천명함에 다름 아니다. 또 야합하는 세상 정치도 투표로 결정된 후에는 일정기간은 입을 다뭄이 예의이다. 세상의 사표가 되어야 할 교수들이라면 학문의 깊이는 말할 것도 없고 오래 익힌 묵은지 같은 인격이 보여져야 학생들을 보내어 수련 받게 하고 싶을 것이다.
사실 대학은 기독교 대학이라는 어떤 독특한 정체성을 세상에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가 세상과 소통하는 문제를 생각하였고, 복음에 빚진 자라는 의식으로 제3세계 젊은이들에게 돌려 갚아 주고자 했고, 성탄트리페스티발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제 광복동의 옛 상권을 되돌리려는 상인들의 적극협조를 넘어 주도적인 힘씀을 볼 수 있다. 물론 그들의 노력과 관청의 협조 아래 되는 일이기에 무엇이 있네 없네 하겠지만 연말에 거리를 밝힘과 그 음악이 어떤 문화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공항대합실의 실내대형트리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기독인들뿐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것이 기독교의 문화이며 또한 그곳 근무자와 공항이용객의 신앙인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교단을 초월하여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 포토 존 아래에 쓰인 작은 글씨의 고신대학교는 숨겨진 보석처럼 크게 빛나고 있음을 즐거워하는 이들이 있다.
합동과 환원 그 후 일어난 이사장 퇴임에 따른 법정 문제로 잃어버린 세월들, 남들은 성장을 거듭하여 부흥기를 구가했지만 투쟁에 붙여진 미사여구, 진리파수라는 지고한 명제는 이름뿐이고 이제 소수로 전락한 오늘의 현실 앞에서 우리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대적인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투쟁의 바람은 송도에서 그러다가 천안으로 이제는 영도인가 라고 묻는 교인들에게 할 말이 없다. 무한 경쟁시대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입 닫아. 바보야,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생존이야.” 그러나 성화를 그리는 사람이 청바지냐고 묻는다면?

201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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