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왕용 교수(시인, 부산대 명예교수)
한국 장로교단의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뿌리가 깊다. 뿐만 아니라, 대사회적인 관계 설정의 차이를 장로교단 분열의 명분으로 삼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장로교단 특히 대한예수교장로회라는 동일 명칭을 사용하는 장로교단의 분열의 실제적인 원인은 여기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 오히려 분열당시 교단 지도자들의 권력다툼 때문이라는 인상을 평신도 입장에서는 지울 수가 없다.
다행히 그동안 진보와 보수 교단들의 교단 일치운동이 상당한 진전을 보여 왔기 때문에, 대한예수교장로회 교단들도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장로 교단처럼 언젠가 일치 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가지게 되었다. 특히 각 교단 총회장의 열린 생각 탓으로 강단 교류와 연합 활동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흐름에 큰 장애가 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진보 교단들이 참여하는 WCC 세계 대회를 부산에서 유치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WCC 부산 대회는 부산출신 목사님의 총무 피선과 함께 교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관심이 많았다. 총무 피선은 실패하였으나, 총회 유치는 성공하여 절반이지만, 진보적 교단과 부산지역사회에서는 비록 개신교 모임이지만 세계 대회가 부산에 유치되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을 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다. 즉, 부산을 기반으로 한 보수적 장로교단의 WCC 부산 대회 반대 성명과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교인을 가진 또 다른 교단 역시 다른 세계 대회를 한국에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실 부산은 대도시 가운데 유독 WCC 에 참여하지 않는 장로교단의 교세가 훨씬 많다. 따라서 지금의 상태로 WCC 부산대회가 개최된다면, 진보적 장로교단과 장로교단이 아닌 개신교 교단과 힘을 모아 개최하더라도 반쪽 대회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세계 종교지도자들에게 한국 개신교단의 분열상을 낱낱이 보여줄 수밖에 없게 되었다. WCC의 최근의 움직임 특히 정치적 견해는 우리나라가 독재정권 시절인 때나 세계가 이념적으로 대립하고 있던 시절에 비하여 크게 문제되지는 않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이나 사회적 현실에 대한 견해나 그에 대한 대응 방향이 교단에 따라 다르지 않다. 모처럼 유치된 WCC 부산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하여 보수와 진보 장로교단의 지도자들이 모여 대화를 통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양해할 것은 양해하여 이를 둘러싼 갈등을 보여주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교단지도자들과 목회자들이나 관심 있는 평신도들만 자기가 출석하는 교회가 어느 교단에 소속되어 있는지를 알고 있지 대부분의 교인들은 무관심하다. 특히 요즈음의 젊은 목회자들은 교단을 초월하여 사회문제와 소회된 이웃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이러한 현상은 대단히 바람직한 것이다. 왜냐하면. 타종교계나 비종교인들의 공통적인 개신교에 대한 비판인 개신교인들은 자기들만 아는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출현 초기의 고위직 인사에 대한 전국민의 특정 교회에 대한 반응이나 성장이 둔화된 개신교 교세나 카톨릭 교회의 급성장 등으로 볼 때 우리 사회의 반개신교적 정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시점인 이 때에 WCC 부산대회를 놓고 개신교단 끼리 다툰다면 반개신교적인 국민들이 개신교를 어떻게 보겠는가? 우리야 교단의 견해차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보지 않고 또 끼리 끼리 싸운다고 빈정거릴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WCC부산대회에 대하여 교단 총회 차원의 대화에서 방향이 정해지면, 부산 개신교계도 긍정적인 결과과 나올 수 있도록 노력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