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의 가을


백성호 목사(부산 항도교회 원로)


조석으로 싸늘해진 조추의 공기를 피부로 느끼며 때 이른 낙엽들이 흩어져 밟히는 호젓한 산길에 서면 또 한해가 어느새 기우는가싶어 썰렁한 느낌이 온 몸에 전율처럼 흐른다. 고희에 접어드니 이제는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제대로 느낄 겨를도 없이 무언가 절박하고 허전한 마음에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하나님의 은혜로 40여년의 목회생활을 무사히 마친 이듬해 여름 산행 길에서 골절상을 입은 다리가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아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로 해변 길을 걷고 있는데 맞은 편에서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목발을 짚은 중증 장애인인 것처럼 보이는 한 사람이 주춤거리며 멈추어서기에 다가가보니 얼굴을 뵌 지 꽤 오래된 선배 은퇴목사님 이었다. 우리는 수척하고 초라한 피차의 모습에 할말을 잊은 채 두 손을 마주잡고 물기어린 눈으로 한참을 쳐다보고 서있었다. 풍문에 그 분은 뇌졸중으로 쓸어져 조기 은퇴하였고 부산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두 사람이 이런 몰골로 마주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장년기 뿐 아니라 노년기에 접어들어서도 건장한 체격에 목회자의 품위를 갖추고 있어 어디에 내세워도 당당했던 모습은 간데없고 지팡이를 의지하는 반신불수가 된 것을 보면 원로목사라는 명예로운 호칭에도 불구하고 거친 세월이 할퀴고 간 자리가 얼마나 깊고 쓰린 것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문득 이 분은 30년 가까운 세월을 한 교회에서만 목회한 은퇴자로서 노후예우는 제대로 받고 지내는지 걱정스러웠다. 왜냐하면 거의 한평생을 혼신을 다해 섬겨온 교회가 대부분의 한국 교회가 그런 것처럼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닷가에 앉아 쉴 새 없이 밀려오는 물결을 바라보며 이번 총회가 다룰 원로목사제도 개정안에 대해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의 내용은 일년에 한 두 차례 초청이 있을 때 외에는 시무하던 교회를 가 본 일이 없고 후임자가 잘하고 있는지 어떤지 모르고 있으며 혹 옛정을 못 잊어 원로목사를 보고 싶어 한다는 소리가 들려와도 행여 교회에 시험이 들새라 순진한 양떼들이 상처를 받을까하여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그저 기도만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실용화된 교회는 이미 떠난 원로들의 접근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뿐 아니라 제도적인 법적 장치가 울타리가 되어 주기 때문에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혹 원로목사 가운데 성공적인 목회를 하여 교회를 부흥시켰고 남다른 은사로 교우들에게 감화를 끼쳤다 할지라도 아예 근처에 얼씬도 못하도록 하는 교회도 있다는 것이다. 목회개혁을 부르짖고 있는 자들 가운데는 전임자가 후임자 목회에 간섭하고 교회를 흔들어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카리스마적인 은사를 가지고 역동적인 목회를 했던 얼마 안 되는 원로들의 영향력을 두고 하는 말인 것이다. 그리고 후임자를 손아귀에 쥐고 교회를 좌지우지하려는 미련한 원로들이 실제로 몇이나 있을까 의심스럽다.
장기간의 고된 사역을 마친 은퇴자가 모든 것을 후임에게 맡기고 교회 형편에 따라 다소간 정해진 예우를 받으면서 안락한 여생을 보낼 터인데 감사하고 죄송해서라도 교회를 흔들어 피차간에 힘들 일을 왜하려하겠는가? 원로들의 모임이나 위로회에 가보면 그 빛나던 은사는 하얗게 바래지고 힘없이 머리를 숙이고 앉아있는 모습들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오늘의 원로의 모습이며 후배들의 내일의 모습인 것이다.
심신이 약해진 탓일까 원로란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에도 탄식하며 누군가의 따스한 위로를 기다리는 자들인 것이다. 그들에겐 교회와 후임자를 쥐고 흔들만한 힘이 없다. 오직 하나님과 소통하는 간절한 기도가 있을 뿐이다.
2009.09.26
지난 기사를 보실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110년 전, 항구 서쪽에 복음으로 세워진 부산 항서교회



-암울했던 시대에 복음의 빛으로 세워진 교회
-한국전쟁, 피난민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
-‘학사교회’라고 불리던 교회
-지역사회를 품고 다음 세대와 함께 할 ....

 

2015 예수부활 부산연합축제 준비위원장 이성구 목사



Q 기존 ‘부활절연합예배’라는 이름에서 ‘예수부활 부산연합축제’라는 이름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
A 기독교 최대 명절은 부활절입니다. 그런데 ....

 

삼일교회 성도가 공개한 송태근 목사 청빙 일화 ‘주목’

▲송태근 목사가 삼일교회 청빙을 받아 부임하던 시기, 강남교회가 보여준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이 새삼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사진 삼일교회)


삼일교회를 다니는 한 성도가 3년 전 송태근 담임목사의 청빙 과정에서 있었던 일화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시기 강남교회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