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목사(고신대 교수)
고신대학교 총장초빙공고에 몇 사람이 후보로 등록하였고, 후보들은 그 동안 선출권자인 이사들의 마음을 사려고 이런 저런 노력을 다 한 것으로 안다. 아직은 누가 선출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느 개인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이 글을 쓸 수 있어서 좋다. 필자 또한 총장으로 출마하라는 여러 분들의 권고도 있었고, 어떤 이는 그 이상의 후원을 보내기도 했으나, 나는 부족하지만 공부하는 학자로 남고 싶다고 사양했다. 그러나 고신대학교에서 25여년을 보낸 나로서는 고신대학교의 행방에 무심할 수는 없다. 천려일득(千慮一得)이라 했으니 나의 관견(管見)에도 한 두 가지 새겨둘 바가 없지 않을 것이다.
신임 총장은 우선 친환경적 대학캠퍼스를 조성하면 좋겠다. 우리 대학은 최선의 친환경적 여건을 지니고 있다. 조금만 손질하면 사철 꽃이 만발한 캠퍼스를 조성할 수 있다. 수년이 지나도 자라지 않는 쫌스런 잔 나무들은 속아 내고 개나리, 철쭉, 줄장미, 초롱이방울에서부터 진홍색 꽃을 피우는 작약, 늦여름부터 2학기가 열리면 활짝 필 코스모스, 겨울에도 피는 자주빛 자카란다까지 옮겨 심으면 녹음향초(綠陰香草)가 만발한 고신(菰伸)동산이 될 것이다. 여기다가 대학 뒤편에 ‘성경식물원’까지 조성하면 연간 10억 이상의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신임 총장은 눈앞의 인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학구조를 개편하되, 좀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 대학 환경과 설립정신에 부합하는 몇 개 전공으로 특성화하고, 고졸 자원의 격감에 대비하면 좋겠다. 명실상부한 ‘기독교 대학’이라할 수 있는 정체성에 유의하되, 신학과를 비롯한 몇 특성학과에는 최저학력제를 도입하여 정원을 못 채우는 한이 있더라도 대학의 질을 향상시켰으면 좋겠다. 브랜드 가치의 제고 없는 홍보는 낭비일 뿐이다.
신임총장은 학사, 인사, 재정 등 모든 면에서 정직하고 투명한 대학을 세워 가면 좋겠다. 적어도 기독교 운운하는 공동체에서 정직성 없이는 신뢰 받을 수 없고, 신뢰 없이는 존경을 얻지 못한다. 리더십의 극대화는 리더에 대한 존경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리더는 조직의 결함은 최소화하고 조직의 강점을 최대화하는 능력이라 하지 않았던가? 유비의 용인술도 배울 바가 있다. 대학구성원들의 묵시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학사와 인사, 인간관계에 매이지 않는 최선의 교수요원 확보, 투명한 재정관리, 이런 점에서 신뢰를 얻는다면 신바람 나는 일터가 되지 않을까!
신임총장은 무엇보다도 연구하는 대학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교수들의 책무는 연구와 교수일 것이다. 좋은 대학에의 이상은 결국 교수들의 자질에 달려있다. 연구하지 않고는 못견디는 환경을 만들고, 연구기금을 확보하고, 연구와 교수에 업적 있는 교수들에게는 상응하는 대우를 해 주면 내실 있는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높은 자리나 권력에 무심한 학자들이 많아야 대학이 산다.
신임총장은 대학의 발전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거 교단적 기도운동을 전개하면 좋겠다. 대학 발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되 하나님을 의지하고 거교회적 기도운동을 전개하면 작은 불씨가 큰일을 이루며(積小成多), 대학의 필요를 채워주실 것이다.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희생정신이다. 눈 앞의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공동의 유익을 생각하고, 자신보다는 공동체를 앞세우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이것을 로마인들은 ‘프로 보노 푸블리코’(pro bono publico)라고 불렀다. 자기 몫 먼저 챙기고는 지도자 행세할 수 없을 것이다. 신임총장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인도가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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