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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있는 예수교회
요즘 세간에서 눈에 띄게 주목받고 있는 책 한 권이 있다. 교육계, 정치계, 사회학계, 종교계 등을 넘나들며 한국 사회와 교계에서 영향력을 끼치며 양식 있는 지성인으로 존경받아 온 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펴낸「예수 없는 예수교회」가 그것이다. 이 책이 주목받게 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저자의 지명도가 첫 번째 이유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비판적이고 도발적인 제목의 선택도 한 몫 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과 구성이 오늘날 추락한 한국교회의 위상을 제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독자에게 매우 흡족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까닭이다.
그는 그의 책에서 한국교회가 양적성장과 교세확장에 열을 올리면서 교회에는 반지성적 풍토와 기복적 신앙이 팽배하게 되었으며, 가장 중요한 예수의 삶이 증발되어버린 대신 천박한 이기주의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예수 없는 껍데기 교회로 성장할수록 예수님의 질책과 세상의 모멸적 비난은 더 매서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한국교회의 현실과 사회에서 바라보는 교회에 대한 시선에 주목하면서 예민한 환부에 매스를 들이대 듯 거침없는 비평과 함께 세상 속에서 기독교가 나아가야 할 좌표를 제시해 주고 있다. 그의 책에는 그가 교회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예언자적 심정이 배어있다.
혹자는 요즘 교회에 예수는 없고 부동산만 있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교회도 충분히 할 만큼 하고 있다고 반론하는 이들도 있다. 점점 교회의 정체성과 이미지가 극심한 혼란과 함께 훼손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안에서 보나 밖에서 보나 교회에 예수가 없다. 교회의 중심에 있어야 할 예수는 없고 대신 특정인이 자리 잡고 있거나 크고 호화로운 건물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역사적 예수는 온데간데없고 교리화된 예수만 조각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예수 그리스도와 순교자들의 피 값으로 세워진 교회에서 점점 예수의 흔적과 섬김, 희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본질은 없고 비본질적인 요소들이 교회의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기축년 새해 설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이충렬 감독의 다큐멘터리 작품 ‘워낭소리‘라는 영화를 감상했다. 80세의 최노인과 30여년을 동거동락하며 우정을 나눈 40세의 늙은 소에 관한 이야기를 3년에 걸쳐 촬영하여 감동스런 이야기로 탄생시킨 작품이다. 최노인은 늙은 소를 부려 고집스럽게 농사를 짓고 아홉 명의 자녀를 교육시켰다. 때문에 최노인은 시종 비난을 해 대는 아내 이삼순의 말에 반응도 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늙은 소를 자신 만큼이나 아끼고 사랑한다. 사료를 먹이는 대신 꼴을 베어서 정성들여 먹인다. 팔아버리라는 자식들의 권유를 받고 우시장에 끌고나가지만 오백만원 아니면 안판다고 생떼를 쓰다가 이내 집으로 다시 끌고 들어온다.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끝내 늙은 소는 최노인의 품에서 주인을 위해 충성을 다하고 죽어간다. 이 영화는 소와 인간의 우정을 넘어 노동과 소외된 삶, 생명과 존재의 가치에 대한 영화이다. 최노인과 늙은 소는 서로가 닮았다. 소는 최노인을 위해 목숨을 다해 헌신했고 최노인은 아홉 자녀들을 위해 장애의 몸으로 일평생을 헌신했다. 그들은 진정한 한국인의 모습을 빼어 닮았다. 이 영화가 시청자에게 남기는 진한 감동은 환경에 연연하지 않고 존재의 사명에 충실한 삶의 의미와 희생과 헌신이 희망으로 다가오는 데에 있었다.
경제가 어렵다고 희망조차 가난할 이유는 없다. 어려운 시기에 교회는 움켜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교회는 최노인처럼 비난의 화살이 빗발쳐도 묵묵히 하늘과 땅에 부끄럽지 않게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 교회는 세상의 희망이어야 한다. 예수께서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16:24)하셨다. 자기부인과 자기희생이 있는 곳에 예수가 있다. 예수가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 예수가 있는 예수교회가 세상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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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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