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순(부산 기윤실 공동대표, 부산대학교 철학과)
요즈음 신문에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불교계가 항의하고 있다는 기사가 자주 실린다. 최근 불교계는 국토해양부의 대중교통 이용정보시스템인 ‘알고가’에 교회 정보는 다 들어있는데, 사찰 정보는 누락시킨 점, 어청수 경찰청장이 기독교 행사 포스터에 사진을 게재한 점, 경기여고에서 불교 근대문화재를 훼손한 것 등 때문에 불만이 많다. 그런데 불교계는 이것들을 새 정부가 기독교를 편애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한다. 물론 필자는 종교적인 이유에서 현 정부의 누군가가 고의로 그렇게 했을 리는 없다고 믿고 싶다. 그렇지만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이제까지 시국 문제에 초연하던 불교계를 촛불 집회의 한 가운데로 몰아넣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새로 등장한 정부는 처음에는 부자와 기독교에 대한 편향 때문에, 그리고 그 다음에는 대운하 건설과 쇠고기 수입 문제로 국민들의 조직적인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이 점은 기독교인인 필자에게 대단히 아쉽다. 장로 대통령이라면 정말 잘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정권 초기부터 계속 국민과 충돌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필자는 기독교적인 정치나 좋은 정치에 대해서 좀 색다를 수도 있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선 필자의 바람을 좀 더 상세하게 해명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이 바람 속에는 더 많은 각료가 기독교인이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대통령이 기독교인이라서, 이 정부가 기독교를 특별히 편들어 주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불교나 다른 종교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더욱 반대한다. 왜냐하면 필자는 이런 것들이 좋은 정부의 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실 정치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듯이, 단지 ‘누가 권력을 잡느냐’ 그리고 ‘누구에게 유리한가’ 하는 질문들만이 난무하는 곳이 정치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치란 원래 어떤 것이 개인과 국가에 정말 좋은 질서인가를 묻고 경쟁하는 장이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좀 더 기독교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국가와 교회 사이의 관계는 대단히 복잡하다. 이 둘을 분리할 수도 없거니와 결합해서도 안 된다. 그 이유는 인생들의 ‘전적 타락’에 있다. 이것은 어거스틴이나 루터가 정치 문제를 다룰 때 출발했던 지점이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나라를 말했다. 하나님의 나라와 세상의 나라. 이 둘은 기독교인이 이 땅에서 사는 동안에는 실제로 분리되지 않으며, 또한 이 둘을 이원론적으로 생각하면 세상을 악마에게 넘겨주게 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이 둘을 결합해서 어느 국가를 기독교 국가라고 보던지 아니면 어느 정권을 기독교 정권이라고 보는 것은 대단히 위험이다. 인간은 타락했으며 사회나 정치는 더 타락했다. 이것이 라인홀드 니버의 생각이다. 그래서 어떠한 정권도 전적으로 기독교적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아주 역설적인 문제가 현실에서는 생겨난다. 기독교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기회인 동시에 위험이다. 권력이란 사람 하나하나 보다 더욱 타락한 것이기 때문에, 교회가 정부의 호의나 힘을 이용하는 경우에 대단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만약 교회가 올해에 해운대 백사장이나 어디에서 대중 집회를 한다고 할 경우에는, 작년 노무현 정권에서와는 달리, 정부나 시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낼 때에도 아주 조심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쉽사리 특혜의 의혹에 시달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도 그렇고 기독교 공직자들도 그렇고 ‘瓜田李下(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우리 속담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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