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 장로(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의 시론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그 얼굴도 보기 싫다. 보기 싫은 사람의 말은 듣기도 싫다.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과 행각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말이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첫 단추를 바로 끼우지 않고 버티면 점점 어려워 질것이다. 530만 표라는 큰 표차로 최고통치자가 된 이명박 대통령은 그를 지지한 표심 읽기에 실패하고 있는 것 같다.
큰 틀에서 말하면 잃어버린10년을 되돌리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국가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확고히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라 했다가 최근에는 보수가 아니라는 등 회색지대를 찾아 다녔다. 이 바람에 건국 60년을 자랑해 온 보수층은 외면하게 되었고, 반미수구 좌파는 득세의 기회로 삼았다. 이념도 철학도 없는 부자들의 속성이 내각과 비서진 구성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국민의 평균 소득(재산)의 수십 배나 되는 재산 소유자들이 이명박 주변을 형성하자 상대적 빈곤을 넘어선 박탈감까지 안겨 놓았다.
집권 초부터 잃어버린 도덕적 정당성과 경세책략의 부재 현상은 마침내 촛불공간을 확대시켰다.
『쇠고기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한 자유민주헌법수호세력의 충고를 우습게 취급하고 가볍게 대처하는 바람에 『정권퇴진』까지 들고 나오게 만들었다.
지지율 10%대로 추락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석 달, 비참한 현실 앞에서도 단추 갈아 끼우기를 주저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통 큰 대동단결의 길로 나가리라 기대했었다.
박근혜를 재빨리 안아드리고 이회창에게 다가서서 겸손한 몸짓을 하고, 심지어 한나라당 체질이 남아있는 손학규를 747의 협찬자로, 친박연대 서청원에 대한 앙금과 편견을 집어 던지고 화합의 가슴을 열게 되기를 소망했었다. 물론 현실 정치와 권력 구조를 단순 논리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파워게임에 관심이 없는 『자유민주반핵반김 』소시민들의 정서는 어디까지나 『대동단결』에서 후퇴하지 않고 있었다.
지켜보던 우파들의 탄식, 실망, 절망이 쌓이면서 이명박에 대한 재평가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주일예배 시간에 거행되는 각종행사를 보고 장로 대통령을 기피하게 되었다. 이념 없는 실용주의, 안보 없는 기회주의, 영적 분별력의 상실이 쇠고기 덫, 효.미순 덫, 6.10 덫에 걸려 총체적 난국을 자초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분단국의 특수성을 외면한 실용주의는 6.15, 10.4가 깔아 묻은 종북,반미 반 대한민국 세력의 지뢰밭을 직시하지 못했고 수도 한복판의 『해방구』는 대남공작과는 아무런 함수 관계가 없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김정일의 대남적화공작은 전천후 연중무휴라는 인식을 전혀 하지 않거나 하기 싫어하는 태도가 실용주의인 것처럼 왜곡시키고 있다. 그러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잃어버린 10년을 대동단결 없이 회복하겠다는 발상, 그 자체가 잘못 끼운 첫 단추임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결코 늦지 않았다. 아직 4년 반이 남았다. 돌아서기엔 충분한 시간이고 돌이키는데 충분한 권력이 남아있다.
언론을 탓해서도 안 된다. 최고의 언론은 대통령의 입이 아닌가? 대통령이 방송3사 앞에서 국론통일, 민족통일을 위한 대동단결을 외쳐보라 대통령의 입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나도 먹고 우리 아이들도 먹는다”고 소신껏 말해보라 그리고 “내가 국민을 해롭게 하겠는가”라고 피눈물 나는 모습과 어조로 호소해 보라.
어느 국민이 그의 절실하고 신실한 부르짖음에 저항의 촛불을 들겠는가? 정치 잘아는 신복이 주변에 있는가? 외교와 국제문제를 제대로 갈고 닦은 재사(才士)가 있는가? 안보에 확고한 신념을 지닌 용사가 있는가? 교육과 문화예술, IT 신기술에 뛰어난 인재가 대통령을 신실하게 보좌하고 있는가? 영성을 지닌 선지자적 충고가 들려지는가? 만약에 있다면 난국은 극복할 수 있다. 기회는 다시 주어질 것이다. 거짓에 심지를 박은 촛불은 가만두어도 꺼지게 되어있다. 대동단결이 가시화되면 추락한 지지율이 차곡차곡 쌓여 오를 것이다.
첫 단추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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