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로 촛불시위에 가담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제는 청와대를 직접 겨냥하고 있어 정부도 심한 충격에 휩싸인 것 같다. 국민의 다수가 지지한 대통령이 취임 100일 만에 초라한 지지율에 갇혀 있는 모습이 왠지 씁쓸하기만 하다. 일각에서는 촛불시위의 배후에 불순한 세력이 있다고 하나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행여나 그런 세력이 있다면 그 세력들이 득세할 수 있도록 자리를 펴준 것 또한 현 정권의 잘못이다. 정부가 국민들의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의 정서와 분리되기 시작한 것은 문제 있는 장관과 비서관들을 임명하는 등의 몇몇 악수(惡手)로 인한 것만은 아니다. 장관인사는 정권 초기 늘 문제였고, 그로 인해 정권이 제대로 출범하지도 못한 적도 있었던 사실을 우린 잘 알고 있다. 또한 대운하의 무리한 추진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대운하 문제는 당 후보선출과 대통령 선거운동기간 내내 이명박 대통령을 괴롭혔지만 그건 작은 파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광우병이 그 이유일까? 그것도 핵심은 아니라고 본다. ‘미친 소 너나 먹어’라고 외치는 10대들의 외침이 나올 때만 해도 대다수의 기성세대는 어린 학생들은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10대들을 부추기고 있을 몇몇 교사들을 심정적으로 비난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0대 학생들의 광장놀이가 촛불시위로, 청와대를 향하는 정권타도투쟁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국민들은 서서히 현 문제의 핵심이 ‘대통령과 국민들이 서로 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제 필자는 감히 “이것이 문제의 시작이요, 해결책”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이 하나, 둘 늘어날 때 그 심각성을 깨닫고 ‘소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고 하셨던 주님의 음성을 듣고 성찰했어야 했지만 기회를 놓쳐 버렸다. 촛불시위는 이미 광장의 문화로 변해 있었고, 촛불은 어린 여학생들의 손을 떠나 회사원들의 손에 들려 있었다. 물대포로 강경대응을 해보지만 이제는 구경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가담하는 선량한 시민들 탓에 촛불시위는 더 늘어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대다수의 국민들은 아직도 애정의 눈길로 현 상황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현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수입이, 대운하추진이 ‘나중에는 잘 했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청사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재고하고, 현재의 결단이 부국안민(富國安民)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인가를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이제 노도와 같이 밀려오는 촛불행렬을 바라보면서, 이 대통령은 조용히 ‘나침반’을 꺼내들어 보여야 할 때이다. 본디 나침반은 ‘지남철(指南鐵)’로 만들어져 ‘늘 북을 가리키는 변함없는 방향타’로 생각하고 있다. 비록 촛불시위대와 청와대가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몸이요. 한 가족임을 보여줘야 한다. 나아가 대통령은 국민 개개인의 생명과 안전을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랑의 국부(國父)임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한 몸, 한 지체의식을 국민들로부터 끌어내지 못한다면 꺼지지 않는 불꽃이 청와대를 덮칠지도 모른다. 그때에서야 촛불시위대도 그들이 태워버린 청와대가 자신들과 한 몸이었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마침내 우리는 너무 늦게,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진실을 알게 되는 우(愚)을 범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국민을 위해 눈물 흘리는 대통령을 통해 그와 같은 날이 오지 않기를, 이 혼란이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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