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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영 기 교수 ·인제대학교 나노공학부 교수 ·포도원교회 장로
우리가 아는 것은 오감을 통해 관측되는 것에 한정된다. 돌고래가 내는 소리가 있지만 우리는 듣지 못한다. 꿀벌들이 보는 자외선을 우리는 보질 못한다. 공기의 미세한 흐름을 우리는 감지하지 못하지만 낼름거리는 뱀의 혀는 그 흐름과 강약, 방향과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미세한 분자들을 알아차리고 먹이감을 사냥한다. 감각의 수준으로만 본다면 우리 인간은 한없이 저등 동물에 속하고 그대로 자연에 방치되었더라면 이미 인류는 고도의 감각기능을 가진 수 많은 고등(?) 동물에 의해 멸종되어 버렸을 것이다. 과학의 발달은 우리 인간이 관찰 할 수 있는 범위를 놀라우리만큼 확장 시켜 놓았다. 어떠한 동물의 시각으로도 볼 수 없는 멀고 먼 별들의 표면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초정밀 현미경은 독수리의 시력으로도 도저히 볼 수 없는 분자들의 구조를 볼 수 있게 하였다.
인간이 가지게 된 뛰어난 두뇌의 도움으로 자연을 다스리는 주인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현대 과학은 물질의 세계를 빠르게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길이의 단위인 나노(nano)는 난쟁이라는 뜻으로 사람의 머리카락 10만 가닥을 낸 것 중의 한 가닥의 폭과 유사할 정도로 그 크기가 매우 작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한계가 머리카락의 10분의 1정도이니, 나노 크기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작은 것이다. 전자현미경의 도움으로 우리는 이 작은 나노 세계의 물질들의 크기와 모양을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크기로 확대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나노 세계는 우리가 보는 실제 세계와는 판이하게 다른 경우들이 많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실재하는 것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한 예로 은(銀) 나노를 들고 싶다. 은빛은 은의 독특한 색깔이다. 그 은은한 색깔에 인류는 오랜 옛적부터 은을 사모해 왔다. 그런데 이 은을 나노 크기로 잘게 나누면 무슨 색이든 다 만들 수가 있다. 분명 하나의 동일한 은인데 그 나타나는 색깔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변신의 세계를 한번 들여다보자. 20나노의 은 입자는 보라색을 나타낸다. 40나노의 은 입자는 청색을 나타내고 60나노의 은 입자는 녹색을 띈다. 70나노가 되면 황금색을 띄다가 90나노가 되면 빨강색이 되기도 한다. 물론 나노의 세계를 넘어 그 크기가 커지면 드디어 우리가 일고 있는 은 빛을 낸다. 하나의 은인데 수 십 가지 다른 것처럼 보인다. 하나이지만 열(10)이고 열(10)이지만 하나인 것이다. 기독교 교리 중 하나인 삼위일체론은 난해한 것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어떻게 설명하면 이해가 가는 것 같다가도 하나가 셋이고 셋이 하나라고 하면, 비교해서 이해할 대상이 없음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그와 같은 현상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 인식의 범위를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나노 기술로 말미암아 하나의 물질이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본질적 성질은 동일함을 알게 되어, 우리는 쉽게 하나가 셋이고 셋이 하나인 예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보라색 은과 황금색 은은 은빛 은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우리에게 보이기는 다르게 보이지만 다 같은 은이다.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단수 fruit)도 훨씬 이해하기 쉽다. 아홉 개(복수 fruits)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열매가 아홉 맛을 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어디 그런 열매가 있는가? 본 적이 없으니까 비유로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한 것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 말씀은 하나의 은이 여러 개의 성질을 다양하게 갖고 있는 것과 같다. 아홉 가지 성령의 열매는 비유가 아니라 실재(reality)인 것이다. 과학의 발달은 잘만 사용하면 우리 신앙의 세계를 무한대로 펼쳐나가게 하는데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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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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