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떼, 돈 자루에 이어 살림대신 살아주기?

방인근 목사(수유리성결교회 담임)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을 만난단다. 그런데 기분 언짢아하는 백성도 없지 않다. 북한에다 대고 큰소리 친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후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정주영이 소떼 몰고 몰려갈 때 대단한 구경꺼리였고, 김대중이 북한 사람들 흔들어대는 깃발 속을 걸어가는 모습 또한 가슴 뛰게 하는 구경꺼리였다. 그러나 그들은 소떼 몰아다 바치고, 돈 퍼다 바치기에는 한 짓이 너무 못된 놈들이다. 그들은 박 대통령 죽이라고 특수부대 내려 보내고 전두환 대통령 죽이라고 아웅산에 테러범 내려 보낸 놈들이다. 언제까지 그런 원한을 되새기고 있을 거냐, 역사는 세계가 터놓고 살아가는 시대로 진전되고 있다, 그런 소리 몰라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백성들의 자존심도 좀 챙겨주면서 퍼다 주던 찾아뵙든 했으면 한다는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 제발 김정일 만나거든 평소 하던 대로 당당하게 큰 소리도 좀 쳐주기를 바란다.

김정일 만나고 오면 급수(級數)가 올라가나?

한 때 세칭 운동권 사람들은, 조선조시대 착취계급이 친일파가 되고, 해방이 되자 그 친일세력이 이승만과 더불어 세운 정부가 대한민국이지만, 북한은 일본에 대항하여 독립운동을 한 민중들이 세운 정권으로 정통성 있는 정권이라는 주장을 퍼뜨렸다. 하여, 6.25는 민족 독립전쟁이고 김일성은 민족의 태양이며 북한정권에 충성하는 것이 애국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하자. 그렇다고 대한민국 땅에서 대한민국의 보호 가운데 살면서 북한에 충성을 다 하겠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 정 그럴 양이면 북한으로 가든지… 이런 역사관을 바탕으로 하면 정주영이 몰고 올라간 소 일천 마리를 받는 김일성이 고마워해야 할 이유가 없고 김대중이 퍼다 준 돈 또한 거들먹거리며 받은 일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일이 된다. 지금도 북한은 이런 태도를 바꾼 적이 없다. 그런데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북한 가서 김정일을 만나고 오면 급수가 올라가기나 하는 듯이 북한엘 못가서 난리들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북한 갔다 온 사람들, 가서 무슨 말하고 무슨 짓 하고 돌아왔는지 조사해서 반국가적 언행을 한 사람들 처벌해야 옳은 것 아닌가.

김정일 만나서 진짜 급수 올리기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만나서 진짜로 급수 올릴 길이 있다. 국군포로, 납북어부 모두 당장 돌려보내라 그래라. 탈북자들 잡아다가 다리 분지르고 코 꿰서 끌고 가는 짓 그만하라 그래라. 핵 폐기하고 세계를 향하여 평화선언을 하라 그래라. 문호를 개방하여 경제를 살려서 백성 좀 그만 굶겨라 그래라. 더도 덜도 말고 국내에서 했던 만큼만 당당하면 노무현 대통령의 급수는 하늘로 치솟아 오를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김정일 눈치나 슬슬 보다가 북한에 퍼다 바칠 일거리만 들고 돌아오면 급수가 올라가기는커녕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다. 한 술 더 떠 보겠다. 북한이라는 나라는 오직 핵을 외통수 삼아 큰 소리 치고 있는 나라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죽도 못 먹여 굶겨죽이는 끝장 난 나라의 실패한 통치자 김정일에게 한국의 일부 정치세력만 존경을 바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까짓 엄청난 결실이 없어도 좋다. 그냥 당당히 맞서 주기만 해도 보통은 되지 싶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소떼, 돈 자루에 이어 이번에는 북한 살림 대신 살아주기 약속하러 가는 것 아니냐고. 혹여 그렇더라도 빌붙어 바치는 것 같은 짓은 말아주기를 바란다.

200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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