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영 익 장로 ·광주 한일교회 ·광주십대선교회(Y.F.C) 현 이사장
평창의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는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였다. 국가 이미지 향상은 단기적이고 억지로 홍보한다고 되는 일이 아님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 말을 섣불리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규모가 세계 11위권,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30위, OECD에 가입한 지도 10년이 지났다. 수출도 3,000억 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선진국 문 앞에 서성대고 있다. 국민 모두가 세계인다운 투철한 문화의식을 갖지 못한 때문이다. 세계화는 세계의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는 보편성 있는 가치기준에 맞춰가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기준으로 세계화를 추구해 본 것은 아닌지, 세계화의 허구 속에 살아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개인차원이건 국가 사회 차원이건 남을 존중하고 늘 뭔가 배우려 노력하는 열린 자세가 세계화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스위스의 기업사이클연구소(KOF)가 발표한 세계화지수(GI : Globalization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23개 조사 대상국 중 29위였다. 1위는 미국, 싱가포르는 12위, 일본은 15위였다. 우리도 이제 국제사회의 진정한 세계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춰야 할 순간이며, 문화의 바탕을 튼튼히 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사실 문화의식은 전통과 보편주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지구촌시대 문화력이 국가 경쟁력이다. 조지프 나이라는 저명한 국제정치학자는 20년 전에 “그래도 미국이 세계의 선두 주자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 까닭으로 그는 미국이 지닌 연성권력(Soft-Power) 구체적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정신 및 제도 대중문화 그리고 영어의 힘을 들었다. 그가 말하는 연성권력이 쉬운 말로 하면 문화력이다. 미국의 힘은 월가의 경제력과 펜타곤의 국방력이 아니고, 실리콘벨리(세계적인 지식·두뇌의 창업연구소)와 할리우드(대중문화)의 기반 위에서 솟는다고 보는 것이 시대적 감각이다. 옛말에 ‘범을 부르지 말고 숲을 짙게 하라’는 속담이 있다. 요즈음 사회구조 자체가 워낙 복잡하고 전문화한 탓에 자신의 전공이나 관심사 외에는 등한시하는 버릇이 생겨서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전체를 보지 않게 되어 버렸고, 미래에 대한 긴 안목의 비전도 밝게 보이지 않는다. 이젠 우리도 신학자 ‘아브라함 카이퍼’ 교수가 말한 것처럼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문화변혁(Christ, the transformer of culture)의 주체가 되어야 하겠다. 프랑스나 이탈리아가 최일류 경제국이 아닌데도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것은 그들의 문화적 유산과 저력 덕분이다. 그것은 예술·관광과 디자인 산업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도 연결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어떤 문화력이 있는가? 또한 지식·정보사회 이후에 우리나라의 장래 대비책은 무엇인가? 그 해답은 바울사도가 문화변혁자로서, 그가 모든 사람에게서 자유롭기 때문에 복음적 갱신 패러다임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처럼(고전 9:19~23), 한국 교회와 교인이 앞장서서 국가정책이 온통 산업과 통상에만 치우쳐 있고, 대선 주자들도 자기검증 없이 남의 눈에 들보만 잡아내어 헐뜯는 현실에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 우선 지역간·계층간·세대간의 문화격차를 줄이는 일을 서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 물신 숭배, 개발주의, 한탕주의, 전시행정의 사고로는 국민전체, 사회전체의 문화수준, 교양 수준이 올라갈 수 없다. ‘생산적 복지사업’인 철도 투자를 늘려야 하고, 도서관·박물관을 확충하고, 빈곤지역 초·중·고를 지원 확대로 개천에서 용도 나오게 하고, 학문과 예술을 진흥하며, 전통문화를 보전 발전시키고, 한국 고유문화를 세계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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