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인근 목사·(수유리성결교회 담임)
나라의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다. 그 일차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한 나라의 중심을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일을 해내는 기초가 헌법인데 대통령이란 이가 ‘그놈의 헌법’ 운운하니 볼 장 다 본 것 아니겠느냐 말이다. 이 말 속에는 흔들리는 것이 헌법만이 아니라 그 헌법이 제대로 제 구실을 하도록 하는 일을 맡은 대통령도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니 결국 헌법과 대통령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고 그러다보니 국회마저도 제 기능을 다 하지 못 하게 되어 온통 나라의 중심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나라의 중심축이 흔들리니 여타의 모든 분야가 더불어 흔들린다. 경제가, 사회가, 정치가, 교육이, 국방이 심지어는 국가간의 관계나 외교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흔들리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내버려두었다가는 아주 나라가 망해버릴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왜?」만 알고 「어떻게」는 모른 사람
하나의 나라가 발전하려면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 대통령이 개혁적인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더구나 과거지향적인 의식구조속에 유지돼 온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구태여 분류를 하자면 한국 사회는 오랜 세월 유교적인 사유의 틀 속에서 온고(溫故)에 매달렸던 사회로 개혁적인 지도자가 필요한 나라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때맞춰 개혁세력이 한국사회에 주도권을 잡게 되어 대통령 또한 개혁세력이 차지하게 되었으니 어느 면에서는 역사적 필연성을 담은 일로 여겨도 좋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개혁을 표방한 노무현 대통령은 사회 전반을 기초부터 흔드는 일에 매달렸다.
노무현, 그는 한국사회가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틀을 세워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눈뜬 사람, 그 일을 위해 과감하게 행동을 시작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에게는 무엇을 어떻게 버리고 다시 세워야 하는지를, 그 세세한 방법과 수단을 익힐 기회가 없어 그의 개혁은 너무 어설퍼서 개혁의 당위성마저 훼손한 사람으로 기억되지 싶다.
「왜?」와 「어떻게」가 균형 잡힌 대통령을…
노무현은 말한다.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주는 것은 역사를 되돌리는 짓」이라고. 틀린 말이 아니지 싶다. 그러면 세칭 개혁세력에게 정권을 다시 맡기는 것은 역사를 진전시키는 일인가? 아니다, 그것은 역사를 파멸로 몰고 가는 것일 수도 있다. 한 나라를 경영하는 일은 지극히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것이다. 구체적이고도 실제적인 경영능력이 없을 바에는 차라리 비 개혁적인 것이 낫다고 말 할 수도 있다. 그것이 역사의 실제 소비자인 백성의 입장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제목의 모 일간지 만평에, 연일 두드려 패는 데도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이명박 그림이 실려 있는 것을 보았다. 개혁명분에 질린 백성이 실용적 지도자를 선호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그림이 아닐까? 세칭 개혁세력이라는 사람들, 그 개혁을 실현하는 일을 사명으로 부여받은 노무현 사람들에게 정 떨어진 백성이 더럽더라도 능력 있는 지도자가 낫다고 말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 분명하다. 정직성이 전제가 되지 않은 나라 경제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 선 예가 없고 정신차원의 성장 없는 단순한 경제성장만으로 선진국이 된 예가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인간은 단순한 경제동물이 아니라 의미지향적인 존재이다. 개혁세력이 주창하던 역사의식이 뒷받침 돼야 하고 정의를 넘어 성결이 영혼의 상태를 지배해야 비로소 행복을 누리는 존재이다. 결국 돌고 돌아 문제의 근원은 정신에로 다시 종교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이 부분은 오늘의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종교들이 책임져야 할 몫이며 그 중 하나인 교회가 더불어 져야 할 몫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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