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과 부흥주의- 차명호 교수. 부산장신대 신학과

백 만 명의 우리끼리 ‘모임’이 아니라 소외된 영혼들을 위한 백 명의 ‘흩어짐’에 임하지 않으실까
“오후 4시에 나는 ‘내가 네 앞에 열린 문을 두었으니 아무라도 닫을 수 없다’는 본문을 또 설교했다. 내 설교를 절반 이상 진행했을 무렵 천국의 말씀이 우리 가운데 임했으며, 그런 능력이 강림했을 때 수 백 명의 사람이 땅에 엎드려졌고, 교회당은 하나님의 임재하심으로 진동하는 것 같았다. 예배당은 수 백 명의 백인과 흑인으로 가득 찼고, 많은 사람들이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우리가 어디로 시선을 돌리든지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모든 회중의 얼굴을 적시는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고, 신음 소리와 함께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를 찾는 부르짖음만 들을 수 있었다. 내 목소리는 다른 사람의 신음 소리와 후중의 기도소리에 묻혀 버렸다. 나는 이윽고 강단에 앉았고 셰드포드씨와 나는 하나님의 임재하심으로 충만했으며, 우리는 이 집이 정말 하나님의 집이라고 표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집은 정말 천국의 문이었던 것이다!”
위의 글은 1776년 6월 30일 미국 버지니아 주, 보이세우 교회에서 설교를 했던 토머스 랜킨 목사의 간증문이다. 이안 머리의 ‘부흥과 부흥주의’라는 책에 의하면, 버지니아의 감리교회의 경우, 1774년에 100여명의 회중이 십년 후, 1784년에 14,988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백 여 년 전의 한국교회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며, 우리는 그와 같은 ‘재부흥’을 꿈꾸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부흥에 대한 인식에는 심각한 오해가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부흥’과 ‘부흥주의’의 혼합이다. 전자는 하나님의 주권으로 일어나는 사건이고, 후자는 인위적으로 부흥을 일으키려는 믿음, 경향 또는 운동이다.
1907년의 부흥의 향수에 젖은 우리가 혹시 지금 부흥주의에 빠져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우리는 부흥이 다시 일어나길 바라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주님의 주권이 비껴갈 수밖에 없는 모습들이 우리 안에 있음을 발견한다. 초대교회는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며 부흥을 경험했으며, 한국 교회는 통렬한 회개를 통해 부흥을 경험했다. 버지니아의 교회의 경우에는, 임기와 보수를 보장받았지만, 늘 불평하던 영국 국교회의 목사들이 가난하고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던 침례교회들을 탄압하면서 부흥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회중들은 그 사건을 통해 진정 복음을 전하는 목사들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었으며, 폭발적인 침례교회의 부흥이 일어났다. 결국 1784년 영국 국교회는 완전 폐지되었다.
특정한 종교적 시점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집중적인 종교적 열망을 ‘밀레니엄주의’라고 한다. ‘희년’, ‘백주년’, ‘1907년’ 등 안타깝게도 한국 교회 신앙인들은 ‘기독교적 밀레니엄주의’에 갈수록 무뎌져 갈 뿐이며, 또한 냉엄한 교회 현실은 부흥이 아니라 쇠퇴를 연기하는 현상유지에 매진하고 있을 뿐이다.
부흥을 위한 하나님의 주권이 이 땅에 임하시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해야 함은 당연하며, 또 그렇게 노력해 왔다. 하지만 하나님의 주권은 백 만 명의 우리끼리 ‘모임’이 아니라, 소외된 영혼들을 위한 백 명의 ‘흩어짐’에 임하지 않으실까 감히 추측해본다. 한국 개신교회가 그것 빼고는 다 해봤지 않은가!

200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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