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적인 사랑을 가꾸라

안도철 목사(뉴패밀리 대표, 기독교가족사랑연구소 소장)
어느 결혼식장에서 결혼 서약을 낭독하는 순간이 되어 주례 목사님이 신랑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 여인을 아내로 맞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병들 때나 건강할 때에도 사랑할 것을 서약 합니까?”신랑의 답변에 그 목사님은 기절초풍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대답한 것이다. “예. 아니오. 예. 아니오. 아니오. 마지막 질문에는 예입니다.”이처럼 오늘날 결혼식을 올리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헌신적인 사랑의 서약의 의미를 마음 깊이 새기지 못하고 결혼식만 올리고 있는 현실을 보게 된다. 헌신적인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사랑’을 의미한다. 좋을 때 뿐 만 아니라 그렇지 못할 때에도 결혼의 위기와 고통이 닥친다 해도,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 놓는다 할지라도 책임지는 사랑을 말한다. 이타적이며 무조건적인 헌신에 대한 최고의 본보기를 꼽으라면 나는 서슴치 않고 로버트슨 맥퀼킨을 추천 할 것이다. 그는 ‘서약을 지키다(A Promise Kept)’라는 자신의 책에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유명한 신학대학원과 성경 학교의 총장으로서 어떻게 섬겨 왔는지를 이야기 했다. 그의 아내 뮤리엘은 여러 가지 면에서 그를 훌륭하게 내조했다. 대학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그들의 집으로 초대할 때마다 그녀는 훌륭한 요리사이자 안주인의 역할을 감당해냈다. 두 사람은 정말 멋진 사역팀이었다. 그러다가 뮤리엘의 건강이 악화되었다. 검사 결과 의사의 예상이 들어맞았다. 뮤리엘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이다. 점차로 뮤리엘의 증세는 악화되었다. 로버트슨은 아내를 먹이고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는 것과 같은 그녀를 돌보는 일에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뮤리엘을 돌봐야 하는 시간은 늘어만 가고 대학에서 자신이 맡은 책무는 변함없이 많았다. 로버트슨은 어려운 결단의 순간에 직면하게 되었다. 아내 뮤리엘을 전문 요양 기관에 맡겨야 할까?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했고 대학 총장으로 섬기는 자리에 하나님이 자신을 부르셨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하나님을 최우선 순위에 놓는다는 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모든 책임이 가장 우선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오래전에 로버트슨은 주님 앞에서 뮤리엘을 사랑하고 아끼며 돌볼 것을 약속했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자신이 그 약속을 계속해서 지킬 것을 기대하신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과적으로 그의 결정은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로버트슨은 뮤리엘을 더 잘 돌보기 위해 대학 총장 직위에서 물러났다. 이제는 자신이 겸손히 아내를 섬길 차례였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로버트슨 맥퀼킨은 헌신의 의미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아내의 몸과 마음이 아무런 희망도 없이 악화일로를 치닫게 되자, 그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며 열심히 세워왔던 일과 사역을 기꺼이 포기했던 것이다. 뮤리엘이 자신을 필요로 했기에 그녀의 곁에 있어주기로 결단한 것이다. 비록 아내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심지어 “고마워요”라는 한 마디의 말조차 들을 수 없을지라도. 이런 비장함과 슬픔을 총 망라한 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다.

2007.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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