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예수는 곧장 갈릴리로 내려가셨다. 이것은 모든 종교의 기본적인 형식이다. 불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속세를 떠나야 한다고 말하고 깨달음을 얻은 후에는 다시 속세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한다. 심우도(尋牛圖) 또는 십우도(十牛圖)가 바로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불교의 아이콘화이다. 기독교는 출발이 다르다.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속세를 떠나는 게 아니라 진리이신 예수께서 하늘에서 속세로 내려오신 것이다. 그런 예수께서 부활을 통하여 자신이 생명 자체임을 증명해 보이고 다짜고짜 갈릴리로 내려가신 것이다. 불교의 속세가 유대사회에서는 다름 아닌 갈릴리였던 것이다. 하나님이신 예수께서세상속으로 내려오신(incanation) 사건이 이번에는 부활예수께서 갈릴리로 내려가시는 예수로 한 단계 업된 상태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본 구도는 모든 종교에서 그랬듯이 기독교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것이다. 이것은 종교가 세속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존재해야 하는지, 종교가 세속사회에 영향을 미치려면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기본적인 사건이다. 이제는 부활 예수를 원한다 이미 유대인들은 예수를 잘 알고 있었다. 랍비 예수, 선지자 예수로 시작하여 에세네적인 신령파 예수, 귀신 쫓고 병 고치며 기적을 일으키는 예수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은 물론 목수 요셉의 아들, 마리아의 아들 예수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는 엊그제 십자가형을 받고 골고다에서 처형되었다. 그런 예수를 그들은 그들의 삶의 터전인 갈릴리에서 자주 만나서 잘 알고 있었다. 잘 알고 있었으므로 가고오고를 할 필요가 없는 그였다. 그런 그가 새로운 예수로 갈릴리를 찾은 것이다. 갈릴리 사람들은 그때 그 사람들 그대로였다. 그러나 갈릴리를 다시 찾은 예수는 그때 그 예수가 아니라 부활한 예수다. 예수의 부활은 병 고치는 일과는 다르다. 오병이어로 오천 군중을 먹인 일 같은 어떤 종류의 기사나 표적과도 다르다. 심지어는 나인성 과부의 죽은 아들을 살린 일이나 죽은 나사로를 죽은지 나흘만에 살려낸 일과도 다르다. 예수의 부활은 죽은 송장이 다시 살아 일어났다는 식의 엽기적인 사건이 아니다. 그 자신이 생명 자체이므로 죽음이 그를 정복하지 못한 사건이며 죽은 시체가 되살아난 것이 아니라 신령한 몸으로 변화되어 일어난 생명의 사건인 것이다. 그런 승리자 부활 예수께서 갈릴리를 방문하신 것이다. 그동안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에 보여 준 예수는 어떤 예수였는가. 랍비 예수였다. 그리고 선지자 예수였으며 병 고치는 예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예수였다. 우리나라가 일제하에서 신음하고 있었을 때는 민족 해방자 예수였고, 군사독재에 시달리고 있을 때는 혁명가 예수였으며, 가난에 시달리고 있었을 때는 믿는 자들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는 능력의 예수였다. 이런 모습들이 그동안 한국 교회가 한국 땅의 갈릴리 사람들에게 보여준 예수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익숙한 예수 말고 부활 예수를 보고 싶어한다. 한국사회가 경제성장에 매진하던 시절에는 조용기 목사를 중심으로 보여준 기사와 이적을 보여주는 능력의 예수를 원했고, 민주화운동시절에는 목숨을 걸고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십자가의 예수를 원했지만 오늘의 갈릴리는 그런 예수가 아닌 부활 예수를 원한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한국 교회는 부활 이전의 예수와 부활 이후의 예수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한국교회에 예수가 전해진 후 초기에는 우리 죄를 담당하신 십자가의 예수를, 6. 25 이후 고난 속에서는 기사와 이적으로 힘든 삶을 도와주시는 예수를, 경제성장시대에는 복 주시는 예수를 전했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 사회는 차원을 달리한 업그레이드 예수, 부활 예수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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