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과 단절을 넘어 분열과 단절, 미움과 증오보다는 연속과 포용


화해와 교통을 선포 역사는 연속과 불연속의 교집합이라 생각합니다. 역사의 좋은 유산은 연속되어야 하나, 버릴 것은 과감히 던져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의 삶은 교과서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도 싫어하던 모습을 닮아가기도 하고, 간직해야 할 좋은 습관을 너무나도 쉽게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교회의 역사를 돌이켜 보아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누가 뭐래도 초대교회이후 중세 가톨릭과 종교개혁, 현대의 자유주의와 근본주의 이 모두가 우리에겐 소중한 자산이요, 토양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종교개혁이 부정한 가톨릭 속에도 깊은 영성의 샘이 흐르고 있고, 우린 몇 분의 성자들을 칭송합니다. 자유주의의 거센 물결을 거슬러 일어난 근본주의도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관심은 해방신학으로부터 배웠음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십자군전쟁, 마녀재판, 종교전쟁, 그리고 신사참배등 지우고 싶은 역사의 오점도 결국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 형님, 누나들이 행한 것임을 고백한다면 그건 바로 현재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좋든 싫든 우리 인류가 지나온 모든 발자취는 영원히 그대로 남아 있고, 우린 그 모두를 알게 모르게 고스란히 떠안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과거 속의 부정적인 부분들을 애써 부인하기 보다는, 그 속에 공존하는 장점들과 함께 나란히 안고 갈 수 있다면 우리는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양 극단의 평가를 내릴 수 없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역사상에 벌어진 각 사건들은 그 자체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점을 포함하는 혁명도 부수적인 후유증을 양산해내기도 하고, 독재의 극단에서 새로운 희망이 싹트는 경우를 우린 종종 보기 때문입니다. 우린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비관적으로 가리켜 ‘극단적인 단절과 불연속의 시대’라고 부르고 싶어합니다. 누군가에 의해 과거 모든 우리들의 삶의 괘적들이 극악한 오명으로 치부될 때 우린 그저 그것이 과거의 일이기에, 나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기에 무관심할 수 없습니다. 왠지 그 비난이 나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기분 나쁜 느낌과 그것을 지적하는 이에 대한 적개심이 서서히 자라나게 마련입니다. 결국 단절은 증오를 낳게 되고, 증오로부터는 치유가 없습니다. 막스 피카르트(Max Picard)의 말처럼, 우린 ‘총체적인 불연속성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고, 그로 인한 ‘폭력적인 무(無)’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그 분이라면 단연코 분열과 단절, 미움과 증오보다는 연속과 포용, 화해와 교통을 선포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유대인 신분으로 말구유에 태어나셨지만, 유대교의 틀을 극복하셨고, 모세의 율법 하에 오셨지만, 바로 그 율법을 새로운 시각으로 완성하신 분이시기에 우린 그 분의 길을 따라 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린 이 사회와 교회 속에서 더 이상 나누고, 구분하고, 몰아 부쳐서 나와 너를 구분하고, 적과 동지를 색출하고, 우리들과 그들을 구분하지 않길 기도합니다. 그 분이 선포하신 진정한 사랑만이 조각난 우리의 파편들을 어루만져 새로운 내면의 연속선을 회복하실 유일한 길임을 다시 고백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2006.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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