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하루처럼 사랑하라

안 도 철 목사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찾아오는 죽음을 어떠한 자세로 맞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노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죽음이 다가온다는 이 준엄한 사실에 대하여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죽음에 대한 올바른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실, 죽음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정서적 불안, 그리고 공포와 허무함, 캄캄한 절망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인식하고 거룩한 죽음 준비를 할 때, 아름답게 인생을 살 뿐 아니라 마음의 내적 평화와 자유 속에서 죽음을 초연히 맞이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잘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자기의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은 분리될 수 없기에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다.
사람은 죽음에 직면하는 삶의 한계와 허무를 체험함으로써 삶의 자유와 소중함, 그리고 겸손하고 진정한 삶의 자세를 가질 수 있다.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참 모습을 살펴보게 되고 거짓되고 허탄한 것을 버리고 본질적이고 진실한 것을 추구하게 된다. 그래서 성 어거스틴은 사람은 비로소 죽음 앞에서 진정한 자신으로 태어난다고 했다.
죽음에 대한 태도가 삶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게 해 준다. 이렇게 죽음의 사실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사람은 인생의 본질과 자신이 가진 고유한 창의성을 자각하게 되고 이 창의성이 곧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어 자신에 대한 분명한 정체성과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삶에서 죽음을 배제하고 삶과 죽음을 분리시키면 죽음을 배제한 삶의 방식은 눈에 보이는 현실에만 집착하게 되고 그것에 탐닉하는 삶의 자세를 갖게 되며 욕망의 노예가 되게 하여 끝없이 자기 자신만을 추구하는 삶의 모습을 갖게 한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등잔불을 켜는 지혜가 필요하다. 시편 기자는 절망 속에서 이렇게 기도한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편90:12) 여기서 “지혜의 마음”이란 하나님을 알고 경배하고자 하는 마음을 말한다. 다윗은 지식적으로 알고 있던 하나님을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의 현장에서 경험함으로써 알게 되었고 자기가 알게 된 하나님을 고백할 수 있었다.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요, 나를 건지시는 자시요, 나의 하나님이시요, 나의 피할 바위시요, 나의 방패시요, 나의 구원의 뿔 이시요, 나의 산성이시로다(시편18:1-2)
쇠털처럼 많은 시간 서두를 것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을 낭비한다. 다윗처럼 날을 계수함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위로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아래로는 나와 가족, 이웃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마지막 하루처럼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뜨거운 사랑으로 살면 10년도 하루 같고 미움으로 살면 하루가 10년처럼 느껴지게 마련인 법. 어느 순간이고 잘 죽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그 때 비로소 제대로 사는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200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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