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내 책임임을 자각할 때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동호라는 사관이 있었다. 그가 쓴 역사서 동호직필은 역사가의 필력과 권위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주는 책으로 유명하다. 역사적 사건의 기록들은 사가들의 보는 관점에 따라 시공간을 초월해서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작금에 교계 혹은 교단적으로 정치적 계파들 간의 상위권 쟁탈전이나 신학 교수들 간의 아리송한 신학 논쟁과 도덕성 시비로 야기된 갈등은 순진한 다수 성도들의 우려를 심화시키며 탄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교단을 이끌어 가는 목사 장로들과 신학교 교수직에 있는 지도급 인사들은 동호직필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분명하게 책임 의식을 느끼고 회개하는 심령으로 하나님과 교회 앞에 엎드러져서 ‘내 탓이요’라고 고백하는 결단적인 자세가 요구 된다. B. C 600년경에 중국의 춘추시대 진나라 왕인 진령공은 폭군으로 정사를 제쳐놓고 주색잡기로 세월을 보내고 황음무도하여 연락을 즐기며 어진 백성들을 죽이고 가렴주구를 일삼아 온 나라의 원성을 사고 있었다. 그 때 진나라에는 조둔 이라는 충성된 재상이 있었는데 대국의 질서를 바로 잡고 왕권의 기강을 확립하기 위하여 생명을 걸고 왕에게 간하기를 마지않았다. 그러나 이를 귀찮게 여기는 왕과 아첨하는 간신 도안가라는 자는 자객을 보내어 조둔을 죽이기로 꾀하였다. 마침 자객으로 뽑힌 사람은 양심적인 인물로 우국충정에 불타는 조둔을 아끼고 사랑하여 사전에 비밀을 누설하였고, 그는 왕의 진노가 두려워 자결하고 말았다. 여러 번 거듭되는 음모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조둔은 망명을 결심하고 도피하는 중에 타국으로는 가지 않고 국경지대 벽지에 은신하였다. 방탕한 왕과 간신들은 궁궐 밖 도원에서 여전히 주지육림에 빠져 연락에 취해있던 어느 날 조천이라는 애국청년에게 피살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조둔은 자기의 뜻을 몰라 준 왕의 죽음을 애석하게 여기며 귀경하여 비명에 간 왕의 시신을 붙들고 통곡하였다. 재기의 기회를 얻은 조둔은 새 왕을 옹립하고 왕을 도와 선정을 베풀고 있는 중에 사고에서 역대 왕들의 실록을 들추어 보다가 진령공의 사기에서 추칠월 을축일에 조둔이 도원에서 왕을 시해하였다고 기록된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너무나 황당하여 사관 동호에게 그 사연을 물으며 자신은 왕의 암살사건에 직, 간접으로 관여한 일이 없음을 명백히 하였으나 동호는 ‘승상이 당시 국경을 넘어 타국에 있었던 것이 아니고 나라 안에 숨어 있었으니 책임 영역에서 빠져 나갈 수 없다’고 하면서 ‘내 목은 꺾을 수 있을는지 모르나 내 붓은 꺾지 못할 것이라’고 호언장담 하였다. 조둔은 ‘승상의 권력보다 사관의 권력이 더 크구나. 내가 그때 국경을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 한 일 뿐이다’고 자책하며 도의적 책임을 절감하면서 진나라와 백성에게 보상하는 마음으로 더욱 선정에 매진하였다고 한다. 후세에 성인 공자도 이 동호직필을 높이 평가하면서 지도자들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 이상으로 책임감이 투철해야 할 것과 자신과는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이 있으니 근신해야 할 것을 교훈하였다.‘기자는 무관의 제왕’이라는 명언을 동호직필을 통해 실감하면서 세속화로 치닫고 있는 신앙계에서 내로라고 영적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사들은 속물근성을 들어내 세상으로부터 비난받는 일을 부끄러워하면서 책임을 통감할 줄 알아야 되겠다. 진나라 사관 동호처럼 역사를 보는 바른 의식을 가지고 이실직고하는 양심가도 요구되거니와 거룩한 영역에 속해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자칭 지도자들은 시비곡직의 시종과 하나님이 주시는 역사의 심판 앞에 겸비하면서 남은 고사하고 “내 책임입니다!”라며 절규할 수 있기를 우리 시대가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200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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