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섭 변호사 시론】나쁜 크리스천

속히 자신의 자리를 털고, 골짜기를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지난해 인구 통계에서 기독교 신자는 876만 6000여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14만 4000여 명(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에 한국의 많은 크리스천들이 실망을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으로는, 기독교인의 통계상의 숫자감소가 기존에 ‘과다 계산된 거품‘의 제거라고 생각하기에 그 숫자의 증감만으로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870만이라는, 전체인구의 20%에 육박하는 ‘엄청난‘ 숫자가 한국에 있으면서도 ‘한국이 아직도 뭔가 부족하다‘ 라고 느끼는 것 자체가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두려움은 그 ‘많은‘ 크리스천중에 아직도 저 같은 ‘나쁜 크리스천‘이 많이 있지 않나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도대체 ‘나쁜 그리스도인‘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나쁜‘ 이라는 형용사와 ‘그리스도인‘이라는 명사가 조화될 수 있는 것인가요. 최소한 C. S. 루이스(Lewis)의 눈으로 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는 “기독교 교리를 받아들였으면서도 그에 합당치 않게 사는 사람이 있을 때, ‘그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다‘라고 하기 보다는, ‘그는 나쁜 그리스도인이다‘라고 하는 것이 더 분명한 표현“이라고 말합니다.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나쁜 크리스찬‘이라는 책을 쓴 데이브 버체트(Dave Burchett)의 말을 인용하고자 합니다. 그는 말하기를 ‘나는 위선자다. 오만하고 이기적이다. 사람들은 내가 진리를 부풀리거나 감추고 또는 살짝 조작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때때로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신감도 부족하다. 정욕이나 음란한 생각들과 씨름을 한다. 종종 자아가 통제불능 상태가 되며 어리석은 교만과 싸움을 벌인다. 게으르고 시간을 대책 없이 사용한다. 화를 잘 내고 좀스러우며 성미도 고약하다. 빈정거리기 좋아하고 냉소적이다. 그리고 ...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결국, 저 같은 ‘나쁜 그리스도인‘들은, 통계상의 숫자감소에 실망하기 보다는, 좀 더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지 못했음에도 그 통계 속에 포함되어 있음을 두려워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저는 몇 권의 책을 읽고, 몇 주만에, 몇 개의 프로그램을 수료하는 것만으로 성숙을 꿈꾸고 있습니다. 구원 받은 날 하나님의 호적에 ‘아들‘로 등재되었을지는 모르나, 아들의 ‘명분‘에 어울리도록 아버지와 풍성한 인격적인 교제를 누리며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하고 있는가는 그와는 또 다른 이야기일 것입니다.
저 같은 나쁜 그리스도인들이 속히 자신의 자리를 털고, 회개의 눈물골짜기를 지나 성숙의 언덕으로 옮겨갈 때, 그 과정에서 또 다시 몇 만의 ‘통계상‘의 기독교인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우리 교회는 더욱 건강해 질 것을 확신합니다.

맥스 루케이도(Max Lucado)의 말처럼, ‘하나님은 있는 모습 그대로 우릴 사랑하지만, 그 모습 그대로 놔두지는 않으신다‘는 것에 희망과 소망을 가져봅니다. 모세가 40년을 방황했던 것이 위로가 됩니다. 다윗이 간음과 살인을 저질렀던 것에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하나님의 모든 자비와 인내가 오늘 저 같은 ‘나쁜 그리스도인‘에겐 너무나 큰 감사가 되며, 넘치는 소망이 됩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200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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